때는 2015년 6월 어느 날~
밤이다. 자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차를 몬다. 중3 딸을 태우고 밤새 차를 몬다.
사연이 있다.
제주살이 1년 반의 무대가 내려갔다. 제주에서 목포로 가는 배에 drive through 해서 몸을 실었다. 막내랑 배 튜어하고 배 노래방에서 노래도 하며 놀다보니 밤 9시가 넘어 목포에 도착했다.
내일 아침 서울에 이삿짐이 도착하니 밤새 운전해서 가야 된다. 사방이 칠흑이다. 밤보다 더 무서운 건 졸음이다. 막내가 재잘재잘 말을 걸어오다 말이 뚝 끊긴다. 말하다 지쳐 잠들었다.
이제 혼자다. 혼자 졸음이라는 악마와 싸워야 한다. 무려 11시간 동안.
중간에 휴게소에 도착해서 커피만 드립따 두 잔 마셨다. 그 와중에도 배는 고프다. 막내와
나는 나는 국수와 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졸리니 또 커피를 마셨다.
왜? 야반도주하냐고요?
nope.
사연.
막내가 달라졌다. 중1 때부터 가출을 했다. 첫 가출은 새벽 두 시에 끝났다. 나의 애절한
문자로 집으로 컴백했다. 두 번째 가출은 막내딸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찾았다. 난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 주변에 도와줄 가족이 없다.
그래. 가족이 있는 제주로 가자. 그럼 좀 괜찮아지겠지? 마음 둘 곳이 있으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시고 이모도 둘이나 있고 예쁜 조가들도 있잖아.
미리 영어 공부방 겸 주거지를 구해 두었다. 재택근무하면서 이 불쌍한 영혼을 돌봐야겠다. 내려갔다. 인천항으로 갔다.
세월호가 터지기 전이라 인천에서 제주 이사하는 게 가능한 때였다.
그런데,
이 불쌍한 영혼은 더 죽어갔다. 학교는커녕 방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었다. 먹지 않으니 화장실도 안 갔다.
톡으로 소통했다. 학교 가지 말고 나랑 놀자 톡 보내고 제주에서 구입한 2001년식 스펙트라를 몰고 제주 구석구석을 돌았다.
바다에 가서 해녀가 갓 잡은 소라를 회쳐 먹었다. 우도에 애마(실은 똥차다)를 싣고 가서 우도 산호 백사장 가서는 강아지 바나랑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소리도 질렀다.
에코레일 가서 인생 사진 찍고 왔다. 놀 땐 잘 놀았다. 집에 가서는 다시 시체로 돌아갔다.
어느 날, 서귀포 홈플러스에 시장 볼려고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막내가 어디론가 막 뛰어갔다. 따라가 봤다. 젤리 탑이 쌓여있는 앞에 서더니
"우와 제주도에 이런 것도 있어?
촌 구석인 줄 알았는데. 사진 찍을래. 친구한테 사진 보낼 거야." 갑자기 시체에서 말 잘하는 소녀로 돌아왔다.중 2 소녀로
얘는 애구나. 맞다 애였지? 그리고는 문구 코너로 가더니 연필이랑 노트랑 수첩을 들고 오더니 계산해 달라고 했다. 학교 갈 거라고~
그래서 계산했다.
결과는? 학교 안 가고 또 드러누웠다. 이 아이랑 말싸움 몸싸움 욕 싸움 다해 봤다.
그럴수록 막내의 눈은 살기가 일었다. 어느 날은 눈에 초점을 잃었다.
제발 서울 가자. 응? 나 혼자라도 가면 안 돼? "어 안돼. 여기서 나랑 살자. 공부 안 해도 돼. 졸업만 하자."
그리고는 방문을 또 걸어 잠갔다.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수업 일수가 부족하다고~ deal을 했다. 교실로 안 가고 상담실로 가면 안 되냐고 했다. 교장 선생님과 의논해 보고 그렇게라도 하라고 했다.
막내 딸을 설득했다. 수업 일수 부족하먼 서울에 전학도 안 된다고~ 그리고 내 애마로 이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가고 데려 왔다. 단 10분 거리를 실어 날랐다.
오후에 수업하고 밤엔 과외를 하고 주말엔 또 과외를 해야 했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친구, 은사님이 당신의 딸 아들을 맡기셨다. 고 3, 고 2 가 주 고객이니 나의 수업 빨은 늘어만 갔다.
아이는? 서울 한 번 보내줬다. 잘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배웅을 나갔다
아이가 없어졌다. 행방불명되었다. 딸 친구들에게 특명을 내렸다. 찾으라고.
딸친 아버지랑 딸친이 밤새 찾아다니다 한강에서 기적적으로 찾아 내었다.
그렇게 붙잡혀서 제주에 내려왔다. 또 그놈의 시체놀이가 시작되었다. 이번엔 폰도 꺼 버렸다. 같은 집에 사는데 연락할 길이 없다. 방문을 발로 찼다. 문 열라고~ 부서지기 직전까지 찼다.
내 집이 아니라 세 들어간 집이다.
시끄러위서 문을 열었나 보다. 문 열고 대뜸 "서울 보내줘, 제발 엄마 나 살려줘"
울었다. 나도 딸도 통곡하며 울았다.
"그러자. 올라 가자. 같이 올라가자."
그렇게 또 서울로 돌아가는 배를 탔다. 짐은 화물칸에 실어졌다. 이삿짐 센터가 알아서 아침에 도착한다고 했다.
막내가 오랜만에 말을 한다. 서울 간다고 기분이 좋아서 재잘거린다. 내 속은 타들어간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니 걱정이 태산 같다.
내 차는 안 그래도 똥차인데, 여기저기 긁히고 이상한 검은 흔적들(파리시체, 하루살이 시체)이 달라붙어서 더 더 똥차가 되었다.
서울살이 시작이다.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