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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차의 추억 2 -서울 생활

사춘기는 이어져요

by 행파 마르죠

나의 애마 똥차를 타고 서울에 입성했다. 짐을 실은 이삿짐 센터 차량은 이미 와 있었다. 서둘러 짐을 내렸다.


막내는 첫 날, 학교라는 곳을 갔다. 공부하러 간 게 아니다. 1년 반 동안 그토록 고대했던 친구들을 만나러 겠지.


나도 서울 입성 첫날부터 출근했다. 입성 전 영어 교습소 나와 있는 걸 계약해 두었다.


낯선 전화가 왔다. 촉이 좋지 않았다. 나의 촉은 막내의 사춘기 이후로 고도로 발달되어 왔다. 학교 담임선생님이었다.


"어머니, 학교로 좀 오셔야겠어요. "

"......"

"어머님?"

"무슨 일인데요?".

"애가 화장실에서 담배 폈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는 늘 나의 몫이었다. 경찰서 진술에서도, 학교에서도 , 심지어 딸 친구들한테도 그놈의 죄송해요를 해야 했다.


학교에 갔다. 최대한 공손하게 응대했다. 섬에서 갇혀 살다가 갑자기 자유가 주어져서 애가 주체를 못 해서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해야 했다.


", 어머님, 그게 다가 아녜요. 교실에 안 들어가요. 전학 오자 마저 사고 치네요.

다른 학교 알아보실래요?"


뜨악 1. 큰일 났다

뜨악 2 담임선생님이 안 친절하다.

뜨악 3 어떡하지?


좋아질 줄 알았던 막내의 만행은 이제 시작이었다. 기왕이면 좋게 시작하지. 이게 뭐야?


다음 날은 머리에 염색해서 전화

그다음 날은 점심시간에 등교해서 전화

전화 노이로제가 걸렸다.


전학시키라는 얘기는 쏙 들어가고, 계속 그러면 졸업 못 시켜 준다고 했다. 아주 이성적인 얼굴로 톤 하나 바꾸지 않고 아이의 만행을 일러바쳤다,


나도 안다. 우리 아이가 나쁘다는 거 잘 안다.

그래서? 날마다 전화해서 바쁜 사람 오라고 해서 앉혀놓고 꼭 이렇게 아이 행동 하나하나 열거하고 지적질 해야 하나?


저도 안다고요. 전 그 아이의 엄마입니다. 누구보다 속상하고 아픕니다.

당신의 일러바침 때문에 더 아픕니다. 우리 아이도 아프겠지요?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요. 따뜻한 허그 한 번 해주면 그렇게까지 행동하지 않았을 텐데...


딸 친구들을 집으로 불렀다. 잡채에 고기에 치긴에 피자에 맛난 거 다 해주었다. 딸 좀 부탁해. 딸 친구들을 포섭했다.


딸 친구들은 착했다. 내 전화를 받아줬다.

딸을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노라 했다. 그것까진 안 바라니 졸업만 시켜달라고 했다.


"넵, 어머니. 걱정 마세요"

"그래 고맙다"

친구들은 의리파들이다. 내 딸 흉을 안 본다.

담임선생님처럼 내 가슴에 비수를 꽂지 않는다. 그들은 정직하다. 그들은 내가 찾지 못하는 딸을 찾으러 다니고 찾아 주었다.


학교 측은 동정심이라곤 일도 없었다. 지각해서 포인트 더하고 말대답했다고 더하고 말 안 한다고 더하고 치마 짧다고 더하고 땡땡이쳤다고 더하고 끝없이 더하고 더했다.


영광의 점수를 만회하려면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 학교 안 가고 ~단체에 가서 하루 종일 봉사한다. 내 애마로 현장까지 데려다 췄다.


또 전화가 왔다. 감이 안 좋다. 봉사 안 왔다고

했다. 엉? 데려다줬는데, 얘가 어디로 간 거지? 간도 크다. 우리나라에서 젤 큰 간의 소유자일 거다.


딸에게 소리를 질렀다. 왜 그래? 서울에 왔잖아. 오면 잘 한다며? 왜 그래? 이 개 자식아, 딸은 귀를 막고 실드를 쳤다.


어느 날 말했다.

"엄마 난 개 쓰레기야."

말하고 싶었다. 넌 나의 보물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값진 나의 다이아몬드라고

네가 쓰레기면 난 쓰레기 엄마잖아.

하지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할 걸 그랬다. 눈물만 나왔다. 딸이 불쌍해서, 그 딸을 바라보며 해 줄 게 없는 내가 한심해서 울었다.


서울 입성 반년만에 딸이 중학교를 졸업했다. 학교 측에선 졸업 안 시킨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졸업을 시켜줬다.


딸은 누굴 때리지 않는다. 돈을 뺏지도 않는다. 폭행사건에 연루된 적도 없다.

다만 말을 안 듣는다. 제 멋대로 행동한다. 정해진 틀을 부순다.


누구 닮았을까?


나도 어렸을 적 좀 그랬던 것 같다. 삐 딱 선 탔다. 티 안 나게 했을 뿐이다. 부모님 모르게 소심하게 지각하고 공부하기 싫으면 미술실 가서 그림 그리는 정도~

우리 부모님은 몰랐다. 학교에 불려가신 적이 없었다.


휴대폰이 없었던 때라 연락을 못했나?


암튼 졸업식 가서 담임선생님께 덕분에 졸업하게 되었다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이제 볼 일이 없으니 좋다.


딸이랑 의리파 친구들이랑 의리파 친구들

부모님들이랑 졸업사진 찍었다.


그래도 중학교는 졸업했네


잘했어!!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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