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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변신 3

플라스틱이 가루가 되다

by 행파 마르죠

추석날~

옥상 변신의 나이는 3일이다.

엄마 집에 안 가고(못 가고) 집콕해서 전이랑 고기를 맛나게 해서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옥상 변신 행동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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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숨어있는 먼지 찾아내서 쓸어내고 또 쓸어낸다

코너에 있는 잡다한 물건들을 들어내니 먼지들이 일어나 공기 위로 날아다닌다.


내 눈 앞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목욕탕 바구니를 만지는 순간 가루가 되었다.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와르르 무너지더니 형태가 없어졌다.





그 다음은 첫날부터 눈에 거슬렸던 못 박힌 낡은 나무 막대기 꾸러미 해치울 차례다.

손으로 쳐 보았다. 손모가지 날아갈 뻔했다.

그래. 너무 무식해. 발로 밟아 보았다.

발차기하듯이 순간적으로 위에서 내리찍어

보았다.


대 성공~ 태권도 배워두길 잘했다. 요럴 때 써먹네

긴 나무 막대기를 발목 신공을 써서 절단해 쓰레기 봉지에 담는다. 가루가 된 바구니도 쓸어 담는다.


허리를 잠깐 펴고 주변을 보니 그것도 민족 명절인 추석날 아침에 주변 공기를 마시니 폐 속 깊숙이 찬 공기가 들어온다.

가을 공기다. 기분 좋은 가을 공기.

이 공기의 맛을 더해줄 옥상 변신 다시 행동 개시하자.


물건들이 많이 없어졌다. 공간의 미학? 뭐 굳이 미학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최소한 넓어지긴 했다.


한 평에 천만 원이 넘는 땅값을 생각해보면 난 이미 억대를 벌었다. 야호. 마음만은 부자이다. 억대 부자. 밀리어네어~ㅋㅋ 쓰레기 치우는 백만장자라니 어이가 없네.


노동을 했으니 또 배가 고프다. 아침인가? 점심인 거? 일하다 보니 시간 개념이 없어진다. 집이 코앞(바로 앞)이니 참 편하다.



노동으로 더러워진 손을 씻는다. 손톱에 때 묻힐 일이 이 프로젝트 말고 언제 또 경험해 보겠는가? 비누로 박 박 문지르고 서너 번 헹구어 겨우 없어졌다.


고맙다옹 야옹야옹 고양이가 공손히 내 노고를 치하하는 것 같다.



설거지가 귀찮으니 한 접시에 다 몰아서 먹는다. 멸치와 생선 냄새를 맡은 냥이가 성큼성큼 다가와 내 밥그릇을 탐낸다.

아니 되오. 내 성찬인데 그러지 말지?

멸치 몇 개씩 나눠 먹었다.


밥이 저~엉말 맛있다. 노동 후의 꿀맛 바로 이 맛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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