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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변신 2

물청소까지 했어요

by 행파 마르죠


몸살이 온 것 같다. 하지만 난 몸살보다 강하다. 아니 그렇게 믿으련다. 어제 쓸어내린 바닥을 또 쓸어내린다. 먼지 폴 폴 알갱이가 되어 내 눈과 내 옷을 공격한다. 쓰레기도 선별해서 주웠다.

저게 다가 아니다. 곳곳에 쓰레기가 숨어있다. 파도 파도 또 나온다. 술래잡기 놀이하는 것처럼 꼭 꼭 숨어있다가 내 눈 레이저 광선을 따라 세상에 나온다.

엎어져 있는 분홍 플라스틱 욕조가 나왔다. 잠시 고민했다. 부피가 커서 버리려고 해도 만만치 않다. 나중에 쓰임새 고민해 보고 득템 한 걸로 치자. 안에 있는 먼지 털어 나고 닦아서 구석에 킾해 두었다.


걸레다. 세월의 흔적이 여기서 또 나온다. 수건인데 때 묻은 건가? 걸레인지 수건인지 모를 먼지투성이 옷감도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나무판인데 세월의 흔적 2. 초록 곰팡이 낀 거 좀 보소. 발로 툭 쳤더니 나무판이 힘없이 쪼개어진다. 발아래에서 아작이 난다.


빗자루로 쓸어도 먼지는 그대로다. 항아리에 들어있는 물을 바켓으로 떠서 물청소를 시원하게 했다. 고마운 물항아리. 물청소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네.


100리터 쓰레기봉투와 10리터 쓰레기 세 개가 나왔다. 겨우 이틀 동안 모은 거다. 쓰레기 집합소 역할을 대체 몇 년 동안 한 거야? 앞으로도 계속 나오겠지?


우와, 한 귀퉁이지만 바닥 공간이 드러났다.

그래. 원래는 저 색이었어. 녹색이 아니었어. 오리지널 시멘트색을 드러낸 바닥이 너무 이뻐 보인다.


빗자루질과 물청소의 결과물이다.

화분까지 놓으니 햇빛을 받아 정겨운 공간이 되었다. 주변 사물들이 아직도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저 거슬리는 물건들도 깔끔하게 해치울 예정이다.


근데 저 전선들과 케이블 선은 어찌할까?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겠지? 아님 관리소장님이나 아파트 운영 위원회에 얘기해서 도움을 요청해야겠지?


그나저나 저 무거운 쓰레기봉투는 어찌 옮길까?


냥아 너는 아니?

이 엄니가 너를 위해 날마다 허리 다리 아파가며 손톱에 때 끼어가며 개고생 하는 거 아냐 고양?


몰라도 좋다. 뭔가 내 손에 의해 공간 재창조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몸은 고달프지만 하루하루가 기대가 된다.

옥상의 변신 시리즈 기대해 주세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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