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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표 중학생 원생들

테레사 여사가 울고 가겠네

by 행파 마르죠

"선생님, 천사 왔어요?"

"선생님, 천사 언제 와요?"

"선생님, 천사랑 더 공부하고 가도 돼요?"

천사, 천사, 천사를 부르는 중3 딩이가 있다.


욱이는 천사 바라기이다.


학부모님이 4년 전에 아이를 데리고 왔다. 영어학원은 첨이고 초등학교 5학년인데 영알 못 전혀 읽지 못한단다. 특별히 좋은 성적을 원하는 건 아니니 읽고 쓸 줄 알면 바랄 게 없다고 하셨다.


읽고 쓸 줄 알면 영어 최고의 경지인데?


욱이는 그렇게 나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공부 머리는 영 아니었다. 같은 말을 10번은 해야 겨우 알아들었다. 근데 요 아이가 성격은 갑이었다. 들어오는 아이들마다 다 아는 척을 하고 인사를 건네었다.

중학생이 되어도 딱히 실력이 나아지진 않았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두 시간 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유는 그냥 힘들어서였다.

욱이 어머님은 아이가 힘들어하면 아이 대신 전화를 걸어 조금만 해달라고 요구하셨다. 몸이 약하니 무리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어느 날 천사가 나타났다. 키도 훤칠하고 잘 생기고 똑똑하기까지 한 엄친아였다. 욱이는 이 천사표 남자 사람을 보는 순간 칀사 껌딱지가 되었다. 일주일에 두 시간 하던 아이가 천사를 따라 일주일에 여섯 시간 공부를 하고 갔다. 집에서 전화가 오면 더 공부하고 간다고 선언하고 세 시간 공부할 때도 있었다. 그만 하고 집 가라고 해서 겨우 돌려보낸 적도 있었다.


천사는 이런 욱이를 아무 조건 없이 다 받아주었다. 학교에서 왕따 수준인 욱이를 감싸주고 같이 다녔다. 학교 안에서도, 멀리서 욱기가 천사를 보고 달려와 인사하면 환하게 웃어주었다.


어버이날이 되면 천사표 친구 욱이 엄마는 선물을 한 아름 들고 오신다. 선생님이 욱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고 좋은 친구 붙여줘서 고맙고 잘 가르쳐 주셔서 고맙다고 하신다.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수, 커피 캔을 양쪽에 들고 오셨다. 내가 한 건 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대해 준 것 밖에 없다. 아이가 적응을 잘하고 좋은 친구를 사귄 건 이 아이의 친화력과 밝은 성격 덕분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욱이 어머님이 한 턱 쏘신 거니 욱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먹으라고 했더니 다 참새처럼 고맙다는 말을 한다.


"형, 고마워. 잘 먹을게"

"오빠, 고마워. "

욱이 입가에 온종일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시험 점수는? 놀랍게도 20점이 올랐다. 30점이 올라서 34점을 맞았다. 시험 본 날 친히 전화를 해서 시험 잘 봤다고 선생님 덕분이라고 했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공으로 돌리지 않고 선생님 덕분이라고 하는 아이의 진심이 느껴졌다. 욱이도 천사가 되어 가나 보다.

천사 옆에 있으니 천사와 닮아 가나 보다.


천사 1이 인성 검사했는데 마더 테레사와 동일한 사람으로 나왔단다. 전 세계 1프로 이내에 드는 확률이다. 게다가 중2 때 검사했다. 남들이 다 무서워하는 괴물들 집합체에서 천사가 나왔다.


어느 날, 천사가 내 팔을 붙잡고 피아노 쳐주고 싶다고 했다. 악보 볼 줄도 모르는 애가 스마트폰 앱을 보고 따라 하며 6개월 연습했다고 한다. 교습소 앞에 있는 피아노 학윈 가서 잠깐 양해를 구하고 피아노를 쳤다. 남자 친구도 아닌 중2 천사표 피아노 소리는 세상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웠다.


이 피아노 이야기를 들은 욱이는 자기도 선생님한테 피아노 쳐 주고 싶다면서 앱을 다운로드하고 연습모드에 들어갔다.


천사 3도 있다. 욱이 친구인데 키 183에 과자 굽는 아이였다. 방과 후 활동에서 구운 동물 모양 초콜릿 과자를 가져와 드시라고 무심하게 툭 던지고 간다.


그러더니 내 옆에 와서 집에 있었던 일을 다 일러바친다. 누나가 컴 독차지해서 짜증 난다는 등~그럼 나는 혁이랑 같은 편이

되어 누나를 욕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혁이 천사 셰프가 구운 과자 아주 맛있다."



교습소 밖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나보다 두배나 덩치 큰 중3 천사가 셋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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