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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내가?

내 진짜 엄마는 어디에?

by 행파 마르죠

'이 다리 밑에서 기다리면 진짜 엄마가 오나?'

어느 장날, 8살 남짓 소녀가 몇 시간째 다리 밑에서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속으로는 제발 나타나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외가 풀 눈, 깡마른 몸, 시 커머스 피부 누가 봐도 소녀의 외모는 소녀 가족들 외모와 동떨어져 있다. 소녀의 동생은 깊은 쌍꺼풀, 하얀 피부의 소유자이다. 소녀의 아버지는 이런 소녀에게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매일 놀렸다. 시에서 유학 중인 오빠들도 방학중 놀러 올 때마다 앙상한 몸을 들어 올려서 갈빗살 뜯어먹는 흉내를 내고 아프리카 토인이라 놀려댔다.


어느 날 소녀는 결심했다.


나를 주워 온 다리 밑으로 가서 진짜인지 확인해 보자.


소녀가 알고 있는 유일한 다리는 할머니 댁 가는 길에 늘 들리는 오일장 어디쯤에 있던 그 다리였다. 장날 때마다 그 다리 위치를 확인해 두었다.


결전의 날이 왔다. 기어코 소녀를 버린 비정한 엄마를 만나 꼭 물어보리라.

'왜 나를 이렇게 시커멓고 깡마르게 넣았냐'라고~


긴 긴 기다림 끝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숙아, 인숙아! "

진짜 엄마였다. 그 날 아침에도 보리밥에 김치와 된장국 밥상을 차려주신 그 엄마다.


"이 놈의 시키. 대체 어디 있었어? 계속 찾았잖아." 등짝을 시원하게 두드려 맞았다.

그 너머로 아침에 같은 밥상에 있었던 사람과 똑 같이 생기신 아버지가 서 계셨다. 프드 덕거리는 생닭 한 마리를 손에 들고 험악한 표정을 짓고 다가오고 있었다.


"나 다리에서 주워 왔다며? 그래서 기다리는 거야." 놀란 소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저 무서운 닭대가리로 나를 후려치면 어쩌나 하고 엄마 뒤에 꼭 숨어 있었다.


그 소녀가 바로 나이다.


그 후로 놀림감이 하나 더 늘었다. 다리에서 주워 온 울보라고. 울보라는 단어가 하나 더 늘었다.


나는 5월 땡볕 봄날에 태어났다. 엄마는 나를 낳고 몸조리할 여건이 안 되어 출산 3일 만에 구덕(요람)에 날 눕히고 밭에 데려가셨다. 요람 위로 햇빛가리개 역할을 하라고 검은 우산을 씌우셨다.


그렇게 난 봄 햇살에 익어갔다.


엄마는 내가 울 때마다 젖을 물리러 오셨다고 한다. 아마 그때 영양공급이 제대로 안 되어 아기 몸매가 아닌 올챙이 몸매가 되었나 보다.


사연을 듣고 나서 울 엄마가 진짜 엄마라는 걸 알았고, 몸매와 피부는 포기했다. 울 엄마가 친엄마인걸 알았으니 당연히 더 이상 다리에 가는 일도 없어졌다.


대학 때 미니스커트 입고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불러세웠다.

"야, 너 왜 한 여름에 커피색 스타킹 신었니?"

"나 스타킹 안 신었는데?"


내 별명은 마르죠이다. 왜? 마른 조라서(제 성은 조입니다.)

대학 땐 블랙 조라고도 불렸다. 왜? 피부가 까매서~


서울에 상경한 후로 서울 물이 좋아서인지 피부색은 좀 하얘졌다. 어디까지나 어릴 때 나의 피부색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얘졌다. 여전히 울 학원에서 젤 까만 아이보다 내가 더 까맣긴 하다.


이래 봬도 운동 마니아라 11자 복근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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