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
허리디스크가 있거든요. 저. 수능을 치고 대학 입학 전까지 여성 속옷 및 의류 브랜드 스태프로 일했어요.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일해야 했고,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10시간을 서 있었어요. 식사 시간을 제외하구요. 옆 가게인 멀티샵과 한 건물을 썼던 터라 화장실과 창고를 공유했는데, 창고가 하필 2층에 있었어요. 구두를 신고 무거운 박스를 들고 매일같이 계단을 올라야 했고. 19살 여고생이 뭘 알겠어요. 무거운 걸 들 때는 허벅지 힘을 쓰는 거다, 이런 거 어떻게 알겠어. 그냥 허릿심으로 드는 거지.
이건 찌릿한 것도 아냐. 아픈 것도 아냐. 오르가즘이라면 비슷할까? 주저앉았어요. 나도 모르게 그냥요. 다시 일어설 수가 없어서 계단 봉에 매달려 앉아 있었고, 그 이후는 기억이 안 나요. 뭐 병원에 갔던 거 같아요.
아무튼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남들보다 고통에 둔감해서 잘 몰랐을 거래요. 터지기 직전에 온 거라 하더라고요. 아픈 걸 못 느낀다는 말에 괜히 자부심이 생겼는데 우리 엄마는 아니었든지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 재활도 하고 지금은 곧은 자세로 잘 지내고 있지만, 아무튼 그날 이후로 막 뛰거나 엉망의 포즈를 취한 적은 없어요. 가끔 자세가 곧다는 말을 들으면 고맙다고 할지 아파서 그런 거라고 할지 고민이 되는데, 뭘 알고 그랬겠어요. 그냥 곧아 보였구나 싶어요.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평생 러닝은 못하는 거냐고 물어봤어요. 표정이나 눈동자를 보아하니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아 괜한 오해는 안 했어요. 그래도 겨우 이거 하나로 격려받는 게 불쾌해 오래 생각에 잠겼어요. 이건 그때 쓴 일기예요. 2023년 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