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생활 수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했다. 인생은 말이야 수술 과정이야. 배를 가르고 축축한 내장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길바닥에 끌고 다니는 거지. 밟고 밟히고 잡아 올려 물고 빨아보고 다시 집어넣어도 보고. 그러다 곪고 터지는 거지. 그러니까 봉합이 중요해 봉합이….
영원 미결의 대화가 자꾸 맴돈다. 근 이틀은 잠을 못 자고 집구석에 얌전히 앉아 아픈 어깨를 만졌다. 반듯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넘쳐흐르면 많이 슬프다. 사람을 너무 내치지 말라는 K의 말에도 많이 슬펐다.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본즈 앤 올을 다시 봤다. 별점을 끌어올리며 이게 의미가 있는지 생각했다. 언젠가 피드에 적은 글에 이 문장이 있을거다. “멎어가는 내 숨을 네가 마셔줘.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게” 오늘 걸어온 길에도 가쁜 숨이 섞여 있었을까? 허하다. 삶이 돈과 명예 그 이상을 누리면 좋겠다. 남미행 티켓을 내밀겠다던 작년의 다짐이 끝났다. 연말엔 버리려 한다.
마을을 둘러싼 안개 낀 새벽에
아침부터 세상은 숨이 막힌다.
외부의 소리가 더 잘 들리는 시간으로
2024년의 끝을 잘 채우고 싶다.
우리는 자해도 타해도 뭐 하나 자유롭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