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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빙글빙글

by 재윤

티스토리는 공감 버튼을 누른 사람의 정체를 알 수 없다. 예전 같았으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겠지만 지금은 뭐 아무 생각이 없다. 공감하세요? 대체 뭘요? 이렇게 병신같은 생각을 나 말고도 한다고요? 그러지 말고 이해로 해요. 한 데 묶이지는 맙시다.



행복하면 말이 많고 울적하면 말이 적다. 하루걸러 일기처럼 쓰겠다던 생각은 붕어처럼 잊었다. 동료 L의 충고로 농담의 자학을 깔끔히 지워냈는데, 요즘은 다시 ‘내가 멍청해서 그런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자주 잊을 리가 없잖아. 우울한 사람과 어두운 사람은 같을까? 나는 밝은 듯 어둡다. 우울하지는 않다. 허무에 가깝지. 이유를 찾고 해결만 하면 된다. 누워서 엉엉 울기에 세탁기 속 팬티와 양말이 거슬리니까. 울고 싶으면 일단 그거 빨고 울면 된다. 기왕 빨거면 욕실 수건도. 오늘 입은 옷도. 그러면 울 시간이 어디 있나. 울면서 빨던가 그거는 뭐 알아서..


선택적 낯가림 뒤에 숨어 입을 제 멋대로 여닫는다. 남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다 보니 누군가의 이름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 느끼한 파스타를 목구멍에 처넣은 것처럼 거북하다. 온 동네 주민이 실린 전화번호부를 집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던 그 해에는 관계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전화번호 수집, 카톡 친구 +1에 정낭까지 닿으려 구경하는 프로필 사진, 인스타그램 맞팔에 느끼는 카타르시스, 평범한 모습에 실망할까 있는 힘껏 부자연을 꾸며내는 자연스러움의 부자연. 우리는 540도 회전한 상태로 살고 있다. 아이고 허리야…


할 말을 하지 못하거나 행동을 오래 참으면 답답하다는데 나는 표현의 자유를 오래 만끽하면 그렇다.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표출이 나의 수치다. 자주 그렇다. 욕 좀 하면 나아질텐데 서울 한복판 방음도 안 되는 방에서 무슨 소리를 지르겠나. 추워 죽을 것 같은데 그냥 창문 활짝 열고 자판 두드리는 게 전부다.(욕은 천하되 악에 받친 욕은 귀하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뒤늦은 사춘기에 현타를 느껴 자위하는 게 아니다. 자위도 힘이 남아돌아야 하든가 말든가 하지 정말 어련히도 기력 빠진 어른이다. 성숙함을 연기하는 것 정도는 아주 쉽다. 그러니 탈장이든 탈출이든 뭐라도 벗어날 탈 자 팔자에 새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잘 안다. 이럴 땐 건조한 입에 오래된 백설기를 쑤셔넣는 것처럼 뻑뻑함을 느끼면 된다. 멘상인지 면상인지 구분도 못 하는 이를 찾아가 두 단어 바꿔 뱉어보고 웃는지 우는지 보면 된다. 이 썩은 마음으로 온화한 글을 쓰려고 한다는 게 참 웃기다. 전속력으로 서 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닳지도 않고 반들반들한 피부 서늘한 눈빛으로 오래도 서 있다.


게임을 하다 지겨우면 리셋한다. 루타비스 갔다가 갇힌 메이플스토리 속 타이니 페르소나는 몇 번이고 소멸하고 생성된다. 기억이나 하겠나 싶은 트릭스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가장 빨리 달려본 게 시속 몇 킬로냐는 질문에는 0이라 하겠다. 태어나서 이렇게 빨리도 서 있던 적이 있었나 싶으니까. 빨리빨리 움직이세요 말고. 빠르게 서세요. 사람들이 좀 지나치고 나면 그래도 당장은 새로우니까 리셋한 걸로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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