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가정시간에 치마를 만드는 수업이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분홍색 원단을 선택했지만 나는 하늘색 원단을 선택했다.
그런데 완성된 치마를 입어 보고는 후회했다. 친구들의 분홍색 치마가 더 이뻐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 유행하던 운동화가 있었다. 브랜드는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프로 스펙스나 월드컵이었을 것이다. 그 운동화도 분홍색이 인기가 많았지만, 나는 친구들과 똑같이 하는 것이 싫어서 그때도 하늘색을 선택했다.
하지만 운동화를 신을 때마다 친구들의 운동화가 더 이뻐 보여서 후회를 하곤 했다.
왜 그랬을까.
말로는 분홍색이 너무 흔해서 , 시원해 보이는 하늘색이 좋다고 했지만 혹시 청개구리 기질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질투 때문이었을까.
그 당시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었는데 여러 면에서 나보다 잘하는 것이 많았다. 내 사춘기 시절에 제일 큰 영향을 준 그 친구는 공부도 잘했고 옷도 이쁘게 잘 입었다. 특히 나에게는 없는 자신감과 매력이 있어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아마도 그 친구와 같은 분홍색을 선택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친구를 닮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생겨난 질투심이 얽히면서 결국 내 취향을 찾지 못하고 후회만 남았던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 여전히 하늘색을 좋아한다. 물론 분홍색도 좋아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유치하다는 말로 깎아내리지 않는다.
한때 질투라고 생각했던 그 하늘색은 더이상 질투가 아닌 내 고유의 취향이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취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 변하지 않는 것도 존재한다. 나는 약속 시간에 민감한 편이라, 상대방이 연락도 없이 늦을 때면 소중한 내 시간이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싫어한다.
중학교때의 그 친구와도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 때문에 멀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아침마다 정류장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등교를 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항상 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미안함이 없었다. 결국 나는 참다 참다 화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오히려 화를 낸 나를 이해 못 하겠다는 그 친구의 반응에 실망하였고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때 내가 참아야 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해봤다. 만약 참았다면 지금도 그 친구와 연락을 이어갔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어른이 된 뒤로도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 이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 한편으로 그 성향을 부러워하면서도 , 그 만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니 중학교 그시절에 참았다고 해도 , 아마 그만남은 결국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취향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사람마다 모두 다르며 경험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다양한 색깔, 감정, 그리고 살아온 환경과 분위기가 각자의 취향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태도 등에 영향을 많이 주는 성향은 타고난 기질과 유사하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 않는 편이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친해지려 애쓸 필요는 없다.
우리들에게는 나를 좋아하고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 보낼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