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며칠 동안 영상이더니 어제저녁부터 갑자기 영하로 다시 떨어졌다.
남편은 항상 이맘대가 되면 감기에 걸린다. 올해도 비켜가지 못하고 감기에 걸려 힘들어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컨디션이 나쁘다며 뜨근한 만두전골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오늘도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사장님이 웃으시며 반겨 주신다.
머리가 하얀 남자 사장님은 주방장이시고 말수가 없으신 조용한 여사장님은 홀 담당이시다.
가끔 손님이 많을 때면 주방에서 서로 손님을 왜 더 받았느냐며 조용히 싸우시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난적도 있었다.
하지만 단골이 된 지 10년 정도 된 우리에게는 문을 닫으려고 하다가도 웃으시며 문을 열어 주신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전골을 보면서 남편은
"그래~ 이렇게 추운 날에는 만두전골이 딱이지." 하며 신이 나 맛있게 먹는다.
부모님의 고향이 이북이라 평양 만두를 만든다는 사장님의 만두에는 김치, 고기, 숙주. 두부가 적절히 잘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이 난다.
또 만두피도 직접 반죽하셔서 얇고 부드럽다.
어렸을때 황해도가 고향인 엄마는 김치와 두부, 숙주만 들어간 주먹만 한 이북식 만두를 만들어 주셨다.
고기를 싫어하시는 아빠 때문에 고기 없는 매콤한 김치 만두였다.
어릴 적 맵찔이였던 나는 매운 만두가 싫어 잘 안 먹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돌아가시고 형제들 중 집에서 만두를 만들어 먹는 사람은 나뿐이다.
이 집의 단골이 된 후로는 겨울이 되면 집에서 힘들게 만들어 먹었던 만두가 이제는 언제든지 가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언제부턴가 남자사장님은 바쁜 시간이 끝나고 한가해지면 주방에서 나오셔서 우리들과 이야기를 하신다.
오늘도 식사하는 우리 옆으로 과일을 단정히 깎아 담은 접시를 들고 슬그머니 다가오셔서 이것저것 수다를 떠셨다.
여행은 잘 다녀왔는지 안부를 물으시며 본인의 일상도 얘기해 주셨다.
이참에 사장님의 인생 맛집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말해주시는 맛집마다 우리가 자주 가는 맛집들과 많이 겹쳤다.
아..... 이래서 우리가 이 집의 단골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사장님과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의 결이 비슷했던 거였다.
단골집 사장님과 맛집 배틀은 은근히 재미있고 신이 났다.
몰랐던 새로운 맛집이 나오면 꼭 가봐야 할 음식점을 발견한 것 같아 좋았다.
요즘은 한동안 못 가면 사장님들의 안부가 궁금해 지기까지 한다.
처음엔 조용하고 투박한 분위기가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식적이지 않고 한결같이 소박하고 친절한 그분들이 편해졌다.
주인과 손님으로 만나 아무런 계산이나 선입견 없이 그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 주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더군다나 맛집정보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단골집이 있다는 것은 더욱 재미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