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둘이 먹는 식사는 단출하다. 어제 끓여 놓은 쇠고기 미역국에 파래 무침, 콩자반, 멸치 볶음, 계란말이, 그리고 후식으로 딸기와 사과를 깎아 아침을 차렸다. 특히 겨울에만 맛보는 파래무침은 무의 아삭함과 새콤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먹을 때마다 입맛이 도는 내 최애 음식 중 하나이다. 그러나 만들 때마다 음식점에서 맛있게 즐겼던 그 맛이 좀처럼 나지 않아서, 매번 실패를 거듭하던 그런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며칠 전 속초 맛집에 갔을 때 나온 파래 무침이 입맛이 돈다며 맛있게 먹는 남편을 보며 다시 도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집에서 눈과 입에 담은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천천히 만들어 보았다. 내 파래무침은 파래의 수분을 너무 꽉 짜내고, 무의 양이 너무 적어 아삭한 식감이 적게 느껴졌다. 그리고 간장의 맛이 너무 강해 파래의 시원하면서 깔끔한 맛을 텁텁하게 만든 것이 문제 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를 넉넉하게 채 썰어 소금, 설탕, 식초에 우선 절여 두고 그다음엔 파래를 깨끗이 씻은 후 채반에 담아 물기를 빼두었다. 그리고는 진간장이 아닌 국간장, 참치액, 식초, 설탕, 매실액, 약간의 마늘과 파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그다음 물기를 살짝궁 뺀 파래에 절인 무와 양념을 넣고 잘 풀어지게 살살 섞어가며 무쳐주었다. 마지막으로 깨를 솔솔 뿌려주니 내가 원하는 국물이 촉촉하고 시원한 파래 무침이 완성 되었다.
오~ 맛집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이었다.
아마 나 혼자만 먹는 다면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끔 맛집에 찾아가 먹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입맛이 돈다며 맛있게 먹는 남편의 그 말 한마디에 포기했던 파래무침을 만들었다.
아침을 먹으며 맛있냐고 묻는 내게 웃으며 맛이 좋다고 말해주는 남편.
"요즘 집밥만 먹으니 질리고 밖에 음식이 먹고 싶지?" 하고 물으니
"아니 집밥이 더 맛있어"라고 말한다.
"무슨, 나는 외식하는 게 좋더라, 남이 해주는 밥이 더 맛있어.맛없다는 병원 밥도 맛있던데 "
라고 내가 말하니 웃으며
"미안해 , 고마워 ~"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매끼마다 밥 챙겨 먹는 것도 일이겠어 , 난 영 음식에는 소질이 없으니 설거지는 내가 할게"
사실 요 며칠 장염증세가 있어서 죽을 먹어야 했다. 먹지 못하니 음식을 만들기 힘들어 남편의 식사를 제대로 챙겨 주지 못했다.
본인이 알아서 먹겠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먹는 거라곤 컵라면 아니면 햄버거, 그도 아니면, 김과 콩장에 대충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을 보며 속이 터지다가도 어쪄겠는가, 딸의 말처럼 남편의 버릇을 내가 그렇게 길들여 놓은 것을...
직장생활에 바쁜 남편을 위해 집에서는 쉴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그러면서 남편은 집에서 할 수 있는 기능이 하나씩 퇴화되어 갔다.
요즘 은퇴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남편은 세탁기, 청소기를 돌리고, 분리수거하기 등 집안일을 하나씩 익혀가며 참된 일꾼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알아서 세탁기도 돌려주고 그다음 건조기까지 돌려주는 센스까지 겸비했다.
하지만 아직도 음식 쓰레기는 버릴 때마다 힘들다고 투덜거리곤 한다. 특히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면 창피하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슨 소리야, 저 집 아저씨 멋있다 , 참 자상하고 가정적이시네,라고 생각할걸"
이라고 말해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준다.
요즘은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해 놓았다며 나에게 잔소리까지 한다. 그럴 때면 그냥
'음.... 쫌 귀엽네.... 귀여우면 끝난 거지...'
하며 혼자 웃는다.
식사를 하고는 서재방으로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모닝커피를 배달하고 잠시 후 점심으로 가지 덮밥을 해볼까 한다. 매번 식사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맛있게 먹어 주는 사람이 있기에 즐겁게 만들게 된다.
남편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글로 옮기며 자꾸 입가에 웃음이 난다.
이것도 행복이려나....
쭉 귀여워야 할 텐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