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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Apr 23. 2022

[서평] 무엇이 옳은가?

11살 딸아이는 요즘 아이돌에 푹 빠져있다. 하루 종일 아이돌 음악에 맞춰 흐느적댄다. 아이돌의 패션과 헤어스타일도 곧잘 따라 하곤 하는데 한 번은 염색을 시켜달라고 졸랐다. 어떤 색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핑크색이라고 했다. 엄마로서 진심 어린 조언을 날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너의 이상은 블핑이겠지만 현실은 곽윤기 일 수 있어" 했더니 빽 하고 토라진다. 그러던 어느 날엔가 아이가 진지하게 물었다. 


"엄마, 옛날엔 방송에서 염색하고 나오면 안 됐어?"

"아~ 그랬다 정말... 엄마 어릴 땐 방송에서 염색하고 배꼽티 아니 크롭티 입고 나오면 안 됐어"

"왜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데 나도 정확한 이유가 빨리 안 떠올라 뜸을 좀 들였다. 


"그게... 당시에는 품행이 바르지 못... 하다고?... 그랬을걸?"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암튼 그땐 그게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게 된 거야"


아이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많다. 그땐 옳았는데 지금은 아니고, 그때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옳은 일들... 시대가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옳음의 기준이 달라진 경우 말이다. 


후안 엔리케스라는 미래학자는 '무엇이 옳은가?'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믿고 있는 '옳음의 배신', '옳음의 바뀜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하게 만든다 

후안 엔리케스는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의 교수'로 꼽힌 이 중 한 명이다. 생명과학 프로젝트의 창립자 중 한 사람으로 생명과학이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해당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생명 과학이 도덕적, 윤리적 문제를 만났을 때 벌어질 가까운 미래의 일들을 책 안에서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재밌는 것은 생명 과학적 접근뿐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른 '옳음의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논제 거리들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만약 이렇게 된다면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야 옳은 거야?'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독서모임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슈?' 다른 이의 의견도 묻고 싶어 진다. 


목차를 한 번 살펴보자. 


1장 인간을 다시 설계하는 것은 옳은가

2장 기술이 윤리를 바꾸는 것은 옳은가

3장 어제의 세계는 지금도 옳은가

4장 SNS 속 무제한 자유는 옳은가

5장 지금의 사회구조 시스템은 옳은가

6장 당신의 '옳음'은 모두 틀렸다

7장 그래서... 결론은?


이 이야기만으로도 거진 한 달이 넘게 토론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 중 하나는 현재는 사이코패스나 살인광 같은 이들에게 강력한 법적 처벌이 가해지지만 이들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로 여겨진다면 (현재도 뇌 구조가 일반인들과 다르다고 확인된 바) 이들에게 어떤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그리고 만약 사이코패스의 뇌 배선을 바로잡는 기술이 발명된다면 사회는 사이코패스의 뇌를 강제적으로 바꿔야 할까?라는 인간 존엄성에 관한 고민에도 빠질 수도 있게 된다. 저자는 이 사안에 대해 미래인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정신적 질병을 앓는 이들에게 어떻게 그토록 끔찍한 짓을 계획적으로 저지른 거지? 그저 아픈 사람들이었을 뿐인데 감옥에 보낸 것으로도 모자라 처형까지 했잖아"


이것은 내 딸아이가 불과 20여 년 전의 방송에서 염색 금지령을 내렸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근미래에 일어날 '옳음'에 대한 상상의 가지를 넓혀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무엇이 옳은가'는 우리가 평소 전혀 의심치 않았던 도덕적 옳음에 대해 신랄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을 곱씹다 보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여기는 윤리와 도덕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왜 하고 많은 질문 중에 '옳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가? 그는 나의 이 마음속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스스로 확실하다고 여기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겸손한 태도와
덜 비난하는 자세, 그리고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행위를 놓고 야만적으로 여기리라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지금의 세상은 너무 많은 아집과 독선과 오류에 휩싸여 있다. 무궁한 정보 지식 속 편향적 수집으로 인해  무조건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고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 자신만이 믿고 있는 옳고 그름 사이에서 수많은 언쟁과 싸움, 비난 등이 발생하게 된다. 현시대에서 진정 필요한 것은 사고의 유연성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이 아닐까? 


'무엇이 옳은가'에서는 읽는 내내 이 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장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과거의 나보다 조금은 더 겸손하고 올바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본 포스팅은 업체를 통해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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