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야?"
볼 게 많은 데, 볼 게 없는 OTT 화면을 계속 터치하다가 툭 튀어나온 말이다.
"연예인들이 본업은 안 하고 왜 자꾸 식당을 차려?"
나는 괜히 트집 잡는 여자처럼 툴툴댔다. 남편은 괜히 자기가 찔리는 듯, 그들을 대변해서 말했다.
"그래도 시청률이 높잖아."
"난 이제 좀 질려. 이제 식당 예능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
식당 예능, 나는 아무리 곱게 보려도 좋게 보이지가 않는다. 매번 그 나물에 그 밥, 구성도 색다를 게 없다. 곰탕도 아니고 우려먹기 한다는 기분을 도통 지울 수가 없다.
남편 말처럼 식당 예능은 시청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이서진이 해외에서 분식집을 차려 운영하는 '서진이네'는 4월 7일 기준, 8.1%의 시청률을 보였다. 케이블 방송에서 3%만 넘어도 성공축에 속하는데 이 정도면 소위 대박인 셈이다. 윤여정이 해외에서 식당을 연다는 설정의 윤식당 최고 시청률은 16%였으니 시즌 1,2에 이어 스핀오프로 '서진이네' 제작도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윤식당, 강식당, 서진이네에 이어 이번엔 연예인들이 또 횟집을 연다고 한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직접 회를 떠서 장사하는 콘셉트의 채널A '나만 믿어봐 도시 횟집'이다. 어디 이뿐인가? 이연복, 백종원 같은 유명 셰프를 내세운 식당 예능까지 합하면 과장 조금 더 보태서 TV를 틀면 여기저기서 식당을 오픈한 연예인, 셀럽들을 보는 셈이다.
떡볶이를 팔든, 회를 뜨든, 재밌으면 그만 아냐?라고 우리 남편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식당 예능이 불편하다. 왜냐하면 이들이 한다는 식당 일이 지나치게 미화되고 안일하기 때문이다. '방송이 다 그렇지'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살펴보자.
<서진이네>는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들이 하루아침에 장사를 한다고 나선다. 근사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공간에서 대기업에서 협찬받은 식품들을 조리해서 판매한다.(불닭볶음면, 삼양라면, 비비고만두)사람들은 연이어 맛있다고 극찬을 한다. 손님이 몰려오면 정신없이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하다가, 손님이 없으면 걱정하는 듯하지만 실상 크게 걱정스러워 보일 정도는 아니며, 종종 재료 구입을 목적으로 외부에 나간다. 이때 보여주는 풍경들은 이국적이고도 아름다우며 그 안에서 이들은 행복해 보인다.
특히나 선 복지, 후 수익이라며 직원들을 위한 브레이크 타임을 만드는가 하면(3화) 직원들의 식사거부사태 (노조반발)에 주말 대목 장사를 포기하고 휴무를 선언하기도 했다.(7화) 직원들의 쉴 권리, 놀 권리는 중요하지만 손님들과의 약속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도시 횟집> 1화에서 식당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주문받은 활어를 넝마로 만들어 놓은 주방장(이태곤), 비빔국수 주문을 잘못 받아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한 직원(이준현), 물고기를 무서워하는 횟집 알바생(김재환)까지. 왜 굳이 식당을 열었을까?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였다. 왜 아무도 호통치는 사람이 없는가.
오락적인 면에서는 이들의 잦은 실수가 재미로 연출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빠진 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모두 초보장사라는 미명하에 연예인들의 허술함과 실수를 웃음코드로만 여기는듯 하다.
손님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판타지다. 식당 예능에서 그 어떤 손님도 컴플레인을 걸지 않는다. 손님들은 모두 마음이 넓다라는 따뜻한 CG 이미지를 덧붙여 보여줄 뿐이다. 손님들은 음식자체 보다도 연예인들을 직접 대면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기 때문일 것이다.
식당 예능을 시청할 때마다 장사가 이렇게 만만하다고 대놓고 방송을 하는데 장사나 해볼까라는 말이 안나오는게 더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2015년도 이후 지금까지 자영업 폐업률 80% 이상, 4년 이상 생존할 확률 5% 정도라고 나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식당 일을 소꿉 놀이 하는 것처럼 비치는 방송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것이 과연 괜찮은 걸까?
장사'나' 해볼까? 는 말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음식 장사는 어떤 일보다 사전 준비와 프로 정신이 철저해야 하는 일이다. 사람들의 먹거리와 관련된 일인 만큼 책임의식을 가지고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백종원 아저씨가 맨날 하는 말 아닌가? 음식 장사를 우습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런데 또 다른 채널에선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연예인들이 음식 장사를 우습게 하고 있는 아이러니. (그들은 진심일지언정 보는 실제 요식업 종사자들 입장에선 헛웃음이 날 것이다.)
음식점의 위생불량, 수준 미달의 음식들에 대한 뉴스 보도를 접할 때마다 식당 예능에서 보아온 연예인들의 해사한 웃음이 오버랩되어 마음이 찝찝하다. 정말 재밌으면 다일까? 나는 그저 프로 불편러인 것일까? 판단은 여러분의 몫으로 맡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