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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Mar 29. 2021

마흔 살에건물10채!갓물주에게듣는공부론.


자, 그럼 이제부터 성공인을 찾아보자. 우선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가야 한다. 내가 맡은 프로그램 콘셉트는 갑부의 성공기. 상속형이 아니라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자수성가형 갑부다.


그렇다면 자산은 어느 정도? 나는 자산 10억 원이 넘는 사업가를 기준점으로 잡았다. 성공에 이르는 과정까지 공부가 미친 영향도 몹시 궁금하다.


가장 먼저 내 레이다 망에 걸린 인물, 송두학 씨. 그는 평택에서 수제 햄버거를 팔고 있다. 직접 개발한 햄버거 소스와 독특한 패티로 그의 햄버거는 평택의 명물이다. 현재 건물 10채를 보유한 건물주 이기도 하다. 나이는 마흔. 건물이 10 채. 부러움에 잠시 배가 아팠다.   


마흔 살에 건물 10 채라니. 사업 머리는 뛰어난 듯한 데 공부머리는 과연 어땠을까?  공부 시러 병에 걸린 초 5인 내 아들에게 해줄 말은 무엇일까? 벌써부터 호기심에 맘이 급하다


나는 인터뷰를 요청했다. 요즘 아이들의 워너비라는 건물주, 송두학 씨가 말하는 공부론. 한 번 들어보자.


" 55명 중에 53등 했어요... 학원에서도 안 받아주던 아이였죠. 넌, 공부를 못하니까 나중에 못 살게 될 거야 다들 그랬어요."  

학교 공부와 담을 쌓은 아이, 학원에서 도저히 못 가르치겠다며 내쳤던 아이, 그 아이가 바로 송두학이다.  공부에 뜻이 없었던 아이는 다른 쪽으로 뜻을 품었으니. 바로 첫사랑이다. 그리고 그 첫사랑에  성공해  18살에 아이를 낳았다.


" 공부도 못하는 게 발랑 까졌다고. 명절 같은 때 창피하다고 친척들이 못 오게 했어요. 와이프가 많이 울었죠. 그때마다 전, 다짐했어요. 진짜 열심히 살아서 누구보다 잘 살자고요. 제 어릴 때 통지표에 뭐라고 쓰여있는 줄 아세요? 성실성이 요구됨. 책임감이 없음. 이렇게 적혀있어요. 그런데 지금 저한테 누가 그런 평가를 할 수 있겠어요?"

송두학은 흔히 말하는 노는 아이였다. 사고도 거하게 쳤다. 하지만 그의 통지표에 적혀있던 '성실성이 요구됨' '책임감 없음' 은 선생님의 섣부른 판단이었다. 그는 여자와 아이를 책임졌고, 이후 지금까지 누구보다 성실하게 아주 '잘' 살고 있다. 


그는 자신 있었다. 내 여자와 아이만큼은 굶기지 않을 거라고. 보란 듯이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오니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분유값을 벌어야 했는데 주어진 기회라곤 피시방, 자장면 배달 같은 일뿐이었다. 게다가 시급도 낮아 고된 노동의 대가치곤 너무 허무한 돈이 수중에 쥐어졌다. 


"너는 운이 좋았어. 나는 노력해도 안돼 하시는 분들에겐 다시 한번 되묻고 싶어요 정말 노력했는지 새벽 4시에 일어나 죽을 만큼 열심히 했는지요"

송두학은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새벽에 나가 밤늦은 시간이 돼서야 돌아왔다. 하지만 티끌 모아 티끌. 돈은 좀처럼 모이지 않았다.  맘에 드는 가게 자리가 났지만 송두학이 가진 돈으론 어림도 없었다. 송두학은 매일 그 가게 앞을 청소하고 유리창을 닦았다 내 가게가 안돼도 좋다. 하지만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표시하고 싶었다


그 간절한 마음이 바로 성공의 시작점이었다. 송두학의 진심을 본 가게 주인이 가격을 조정해 주었다. 그는 햄버거를  팔기로 했다. 포인트는 무조건 기존에 없던 맛! 새로운 맛이었다. 연구를 거듭해 지금의 햄버거를 개발했고 성공 수순을 밟게 된다. 


"제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공부보다 자신감, 긍정, 노력 이런 걸 더 믿거든요. 그렇게 키운 딸이 얼마 전엔 전액 장학금 받고 대학에 입학하던걸요? 희한하죠?"



18살에 낳은 딸이 이제 21살이다. 베이커리 공부를 하며 송두학과 함께 일하고 있다. 아이에게 한 번도 공부로 스트레스 준 적이 없다. 성적표 한 번 본 적 없다.  아이의 수능날도 무심하게 넘겼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지, 뜻이 없는 길에 애를 밀어 넣어봐야 미아가 될 뿐이다. 길을 찾을 때까지 송두학은 아이를 기다려 주었다.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잠시 반성.  


얼마 전 송두학은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미래를 암울하게 예측했던 학교에서 성공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하다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한방 먹인 느낌이랄까? 이렇듯 인생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재밌다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학교 바깥세상은 만만치 않다는 것. 돈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공부를 안 한다고 돈을 못 버는 건 아니지만 각오는 해야 해요. 정말 공부에 흥미가 없다면 재미를 찾으세요. 그리고 그 재미가 재미없어질 만큼 노력해야 될 거라는 각오쯤은 해야 하고요."

송두학 말이 맞다. 세상은 만만치 않다. 돈도  중요하다.  어쩌면 내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돈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 많이 주는 회사를 가기 위해선 좋은 대학을 가야 하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게 전부는 아니야'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게 전부인 것처럼 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와 공부로 싸운다.


송두학은  '공부보다 재미'를 말했다. 송두학은 장사가 재밌다. 그런데 그 재미도 죽자 사자 하다 보니 이게 재미인지 고난인지 헷갈릴 때가 있단다. 하지만 재미를 잃지 않으면 버틸 수 있다. 어떤 일이건 죽자 사자 덤빌 준비가 됐느냐에 성공 승패가 갈린다.  의외로 간단하다. 뭐든 열심히 하란 말 아닌가. 


이 말인 즉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든 성공의 기본, 노력만이 답이란 말씀.


+ 오늘은 아들에게 '공부해라' 보다 '니가 가장 재밌는 게 뭐니?'부터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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