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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Mar 29. 2021

공부보다 성공입니까?

아이가 묻는다


"엄마, 왜 공부를 해야 하는 거야?"


나는 읽던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답한다


"그래야 나중에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지."


"공부를 안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해? 손흥민은 대학 안 갔다고 하던데..."


순간 찌르고 들어오는 공격, 어라? 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시선을 옮긴다


"그러니까... 네가 손흥민처럼 축구선수가 될 건 아니잖아. 일반적으로 성공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해"


"공부를 잘해야 꼭 성공을 하는 건가?"


요놈 봐라~ 철학적인 질문까지! 딱 떨어지는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꼭 안 그렇다고도 할 수 없지. 확률적으로는 공부를 잘하는 게 더 나을걸?"


에엥? 더 나을걸이라니 나을걸이라니... 공부와 손절 직전인 아이에게 내가 해줄 말이 고작 더 나을걸... 이라니... 나는 내 임기응변에 실망한다.


21세기 첨단시대, 어쩌고 저쩌고, 꿈만 있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시대... 어쩌고 저쩌고... 그랬던 내가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엄마가 될 줄이야... 나도 그저 그런 엄마가 된 것 같아 바람 빠진 풍선 마냥 기운이 슈우웅 빠져버렸다.

 

자식 앞에선 장사 없다지 않은가?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사노 요코도 자식이 3류 대학을 가자 마당에 잡초를 뽑으며 엉엉 울었다고 했다. 저 세상 쿨함을 가진 일류 여작가도 자식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는데 나라고 어디 별 수 있나...


공부 뒷바라지하느라 종종 대는 엄마 노릇 따위 하고 싶지 않다.  공부하지 않고도 충분히 성공할 길이 많다고, 뭐가 됐든 꿈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를 학교라는 곳에 보내고 나니 이런 생각이 과연 대한민국 현실에선 맞는 길인진 잘 모르겠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아이들을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는 엄마들, 공부만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구는 엄마들을 볼 때마다 '시대가 어느 시댄데...' 하며 안타깝게 생각했다.


허나 사람의 앞 날을 모르는 법!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어쩜 애들이 그렇게 알아서 잘해?"

"어릴 때부터 해와서 이제 몸에 익었나 봐"


현타 타임! 자율 존중을 외치며 선택의 권한을 주었더니 공부를 안 하는 쪽만 택한 우리 아이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나마 공부라도 해야 하는 건가? 이젠 너무 늦은 건가? 육아서의 말처럼 믿고 기다려주기엔  내 아이가 그다지 미더워 보이지 않았다.


공부 안 하는 아이를 뱁새눈으로 보지 않고 인자한 부처의 눈으로 "괜찮아"를 말할 수 이는 엄마이고 싶다. 그러려면 나부터 와 닿을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했다.


"꼭 공부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는 거야?"


내 아이가 내게 물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성공에 성자도 모르는 내가 답할 것이 아니다. 찐 성공인들의 입을 통해 듣고 싶었다. 그게 더 와 닿을 테니 말이다.


그렇담 성공한 이들에게 물어보자. 주변인들을 떠올렸다. 끼리끼리 논다고 했던가 주위에 성공인으로 불릴만한 이가 없다. 빚을 잔뜩 지고, 마뜩잖은 직장이 없어도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말하는 녀석들만 가득하다.


인생엔 3학년 수학에 나오는 교집합 같은 순간이 있다. 막연한 생각의 원과 현실의 원이 일치되는 순간. 성인들은 그 지점을 교집합이 아니라 기회라고 부른다. 내게도 그런 기회가 왔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작가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지야, 같이 일 하지 않을래?"


10년 경단녀는 선뜻하겠다고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궁금하다


"무슨 프로그램인데요?"

"종합 구성인데, 성공한 갑부 만나는 코너야"


 나는 순간, '기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잡아야지.


"제... 제가 할게요"


10년 경단녀는 재취업보다 찐 성공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기회가 생긴 것에 더 맘이 설렜다. 그중에서도 공부와 성공에 관한 공식... 내, 기필코 풀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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