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백수 탈출기4
새벽에 꿈을 하나 꿨다.
화장실 세면대 밑에 나비 하나가 붙어있다. 곤충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나는, 나비를 피해 화장실 밖으로 급히 뛰쳐나왔다.
그런데 그 나비가 나를 쫓아온다. 상당히 끈질기다. 암만 손으로 쫓아내 봐도 어깨 근처를 빙빙 맴돌았다.
결국 나는 밖으로 나갔다. 장면이 전환되고 연날리기를 하고 있는 소년을 만났다. 나는 그 소년에게 연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나비를 향해 힘껏 부채질을 했다. 내게 오지 말고 저리 날아가라고.
그런데 내가 부채질을 할수록 나비는 내게 더 가까워졌다. 심지어는 부채질을 하는 만큼 나비의 사이즈도 커졌다.
나비의 날갯짓보다 내가 부채질한 바람세기가 더 크다면 나비를 멀리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내 얼굴을 향해 커지는 나비.
나는 온 힘을 다해서 힘껏 연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왕나비가 내 얼굴로 확 다가온다.
너무 놀란 나는 으악! 소리를 질렀고 동시에 잠에서 깼다.
실제로 소리를 지른 모양이다.
함께 누워있던 K 씨는 무슨 일이냐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새벽에 왕나비를 피하겠다고 이불까지 걷어찼으니 놀랄 만도 하다.
나는 나비를 봤다고 했다.
그는 말했다.
- "나비꿈은 길몽 아니야?"
- "그래?"
눈을 비비며 신속히 네이버를 켰다.
오? 진짜 길몽이란다.
'행운이 찾아오고 능력을 뽐내게 된다'고?
이거 그냥 취뽀(취업 뽀개기)한다는 것 아닌가. 어찌 내가 딱 바라는 상황이 적혀있는지 원. 안그래도 입사지원서를 몇 군데 쓰고 초초히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설마, 좋은 소식이 들려오려는 걸까?
그저 개꿈일 확률이 높지만 혹시, 진짜로 나비가 저 멀리서 열심히 날아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그를 격하게 반길 준비를 하고 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