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록하고 싶은 그런 일상
지난 주말에 소개팅을 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나갔다. 근데 생각 이상으로 괜찮으신 분이 나왔다. 물론 첫인상의 모든 모습을 신뢰할 순 없지만, 어쨌든 첫 만남은 좋은 느낌.
사실 연애를 하지 않은지 3년이 넘었다. 그래서인가. 정말 오랜만에 낯선 감정을 느꼈다. 문득 과거의 감정들이 떠올랐다. 새로운 사람과 조우해서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이야기를 정제된 언어로 전달하는 일은 언제나처럼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도 나쁘지 않았던 분위기였다. 우리는 다음 약속을 잡았다. 그와의 만남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감정과 이 새로운 환경을 그저 즐기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이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닌 평범한 만남을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왜 이렇게 두려워했는가 싶다.
심리적인 여유가 없던 탓이 컸다. 내가 지금 사람을 만날 때인가? 연애를 만나고 시시덕거릴 때인가?라고 스스로를 옥죄였다.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남으로써 마음을 안정화시키고, 때로는 더 단단해질 수 있는 발돋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소개팅남과의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남'을 목적으로 사람을 대면하고 서로의 취향을 확인해나가던 그 시간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 인상적인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졌다. 스치는 인연일지 특별한 인연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알 필요도 없다. 아무렴. 그저 그 순간에만 집중하면 그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