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 타고 있는 요즘, 갑자기 드는 잡생각
정말 오랜만에 연애를 목적으로한 이성과의 만남을 가졌다. 상대는 내가 꽤 마음에 드신 모양인지 호의와 배려를 아낌없이 해주고 계시다.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연애들을 돌이켜보면 나는 꽤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남성이었다면 나는 내 애인에게 그렇게까지 해 줄 수 있었을까? 난 못했을 것 같다. 아마 평생 혼자 살거나 맨날 차였을 게 분명하다.
아무튼 고마운 마음이지만 뜬금없이 마주하게 된 작금의 상황 속, 나는 연애 감정 따위에 앞서서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잘해주는 일 그런 것 말이다. 그 순수함에 고맙지만 과연 이것이 얼마나 갈까? 무릇 상대가 마음에 들면 초창기야 모든 걸 쏟아내는 게 남성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남자들은 단순하다. 특히 사랑에 빠진 남자들은 매우 단순하다. 상대가 좋으면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친절은 상대방을 ‘소유’ 하게 되면서 차차 시들기 시작한다. 지속가능성이란 불투명하다. 물론 사람바이사람 이겠지만, 초창기 친절이나 애정이 100이었다면 차차 그 강도 혹은 점도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는 그 사람이 잘못되고 나빠서가 아니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뿐이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다. 애초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재생산본능에 기인한다고 쇼펜하우어와 리처드도킨스 등이 이야기했다. 인간은 2세에 대한 본능이 있고 그것이 성욕으로 발현된다. 따라서 매력적인 (특히 외적으로) 남녀에게 끌리는 건 아주 당연한 것이다. 내 2세를 고려해서 상대를 찾고 그들과 몸을 섞기 위해 모든 걸 쏟는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더 정확히는 상대를 통해 내 2세를 얻기 위한 아주 본능적인 투자다.
아무튼 나는 그분의 호의에 감사하지만 그다지 들뜨지는 않고자 한다. 비단 이성이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만나는 상대에 대한 큰 기대 자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연애는 애초에 환상으로 시작해서 현실로 끝난다. 따라서 지나치게 큰 환상과 기대를 하고 접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좋으면 좋은 감정 그대로 경험하고 고마워하면 그만이다. 상대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하지도 어떤 걸 바라지도 말 것.
24p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中
우리는 상대가 만일 우리를 사랑한다면 그들이 마땅히 이러이러하게-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행동하고 반응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리라는 그릇된 믿음을 갖고 있다. 태도를 견지하는 한 우리는 실망을 거듭하게 되고, 서로의 차이점에 애정을 갖고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서로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존중함으로써 우리는 이성을 대할 때의 혼란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 남자들은 화성에서 오고 여자들은 금성에서 왔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나도 나이가 든 걸까?
이런 생각이 그저 나이가 들어서 깨달은 것이라면 나쁘지 않은 노화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보다 성숙하게 다양한 사람을 마주할 수 있게 됐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