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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 Sep 05. 2021

청년들의 출산파업

조영태의 <인구 미래 공존>을 읽고

청년들은 지금 출산파업 중이다. 우리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안'이 아니라 '못 낳는다'다. 청년들이 이렇게 단념하는 사이 대한민국 출생아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4명. 올해 출생아 수는 처음으로 27만 2천 명이다. 처음으로 30만 명 대가 무너졌다. 여기에 태어난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은 '데드크로스'에 진입했다. 


사실 저출산이 '문제'로 떠오른지는 오래됐다. 문제 인식은 진작에 했는데 대책은 미흡했다. 15년 동안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투자한 예산이 20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됐나? 우리는 더 아이를 낳고 있는가? 절대.

"<2020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대는 52.5%가,
30대는 41.0%가 결혼 후 자녀가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쩌다 초저출산 국가가 됐는가? 인구학자이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의 책 <인구 미래 공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는 첫 번째 이유는 만혼과 비혼이라고 한다. 


실제로 2019년 서울 여성은 초혼연령이 31.6세, 남성은 33.7세다. 만혼 추세가 계속되면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어 출산율이 높아질 확률은 크지 않다. 


근데 만혼과 비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지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자연 감소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유독? 그 이유를 저자는 '수도권 인구 집중화'에서 찾는다. 한마디로 청년들이 '서울로만' 쏠리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되고 생존에 위협을 느끼니 재생산이라는 본능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나름대로의 지방분권 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냐고? 실제로 부울경 메가시티, 행정수도 이전 등의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지적한다. 지방분권 좋은데, 그게 그 지역만의 차별성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서울따라하기'를 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짝퉁 서울 여러 개 만들어 낼수록 청년들은 진퉁 서울에 더 가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인구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멜서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구는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로 증가해
인구증가는 곧 거대한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맬서스는 자원이 한정돼 있기에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빈곤층을 양산하고 이것이 미래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보았다.  조영태는 맬서스 이론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는 역사 속에서 항상 조절돼 왔는데 자원과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라고 했다. 이 균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2가지로 조절되는데 이를 ▲본인의 생존 욕구와 ▲후속세대 재생산 욕구라고 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당장 내가 살아남고자 하는 욕구와 내 2세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근데 지금 청년들은 당장 '생존'이 위협받는 사회다. 경쟁이 너무 심하다. 당장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2세란 말인가. 


계속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재생산 욕구보다 본인의 생존이 우선시된다. 경쟁이 너무 격해지면 재생산 본능마저 억누르고 생존 본능이 더 크게 발현되는 것은 거대한 자연의 법칙이다. 

오늘날 청년들에게 ‘보통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비용 자체가 커졌다. 요즘 청년들은 근성이 없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우는 조건에 대한 판단 기준 자체가 다르다. 

즉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낳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준비가 되려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 


물론 비혼 계층도 확실히 많다. 실제로 비혼, 비출산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객관적인 연구 결과가 뒷받침한다. 책에서 인용한 호주 국립대 사회학과 피터 맥도널드 교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출산율은 내려가는 추세를 보이지만, 가정에서의 지위가 높으면 출산율 하락이 정지하고 오히려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한다.


가정에서의 지위라는 건 단순히 목소리 큰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문화의 변화 등을 의미하는데 집안일이 대표적이다. 사회에서 지위가 올라가서 임원까지 가지만, 여전히 가정 내 집안일이나 육아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면? 이런 식이면 경력단절은 안 봐도 비디오고. 애 키우다 우울증만 걸리겠다. 이따위 환경이라면 나 같아도 족같아서 애 안 낳겠다. 


저자는 결국 떨어지는 출산율을 막아줄 수 있는 것이 ‘가정 내 성평등 수준’이라고 말한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진 만큼 가정에서 남성의 가사노동과 자녀 돌봄도 함께 활발해져야 하고 출산 이후 여성의 경력단절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미래’로 간다. 책 제목처럼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존’ 해야 하고 나아가 ‘미래’를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저출산 정책들이 대체로 기성세대를 기준으로 행해지고 있다. 연금은 오지게 내는데 나에게 오는 혜택 따위는 없고 고작해야 애 낳으면 수당이나 찔끔 더 주는 대책. 이게 진정 청년들은 위한 저출산 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초저출산 문제, 그야말로 철저히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들은 파업을 멈추고 재생산 본능을 가동할 수 있지 않을까. 


맬서스와 다윈의 분석처럼, 경쟁이 완화되거나 나와 내 자녀가 누릴 수 있는 자원이 충분하다고 인지하면 인간은 본성에 따라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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