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드름 분투기
중고시절, 얼굴에 여드름이 난 언니를 '연어알'이라고 놀린 적이 있다. 사춘기 그녀에게는 꽤나 스트레스였을텐데, 철없던 동생은 "언니 얼굴에 연어가 알을 낳았다"며 낄낄거리곤 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난 뒤, 연어는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 내 얼굴에 알을 낳기 시작했다. 2차 성징이 진행 중인 사춘기 때도 매끈하던 내 피부가 나이 먹은 성인이 되어서 울긋불긋 폭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생리 전후로는 연어들이 내 턱에서 대대손손 알을 낳아 댔다.
처음에는 화장품의 문제인가 싶어 좋다는 화장품에 돈을 쏟아부었다. 명품 화장품부터 피부과 화장품까지 나름의 시도를 해 보았지만 일시적이었다. 심지어 어떤 브랜드는 비싸기만 하고 효과는 거의 없었다.
결국 고심 끝에 피부과를 찾았다. 진작에 피부과를 갔으면 됐지 왜 그랬느냐? 묻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1. 피부과를 다닐 정도로 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점 2. 고비용 때문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지만 솔직히는 비용의 문제가 컸다. 단순히 5만 원짜리 여드름 압출받으러 갔다가 50만 원을 긁고 온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고,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서 연어가 점점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결국 피부과에 갔다.
그동안 연어들이랑 친해져서 망각한걸까? '이 정도면 그렇게 심한 건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착각이자 자위였다. 상담사는 (영업상의 과장도 섞였겠지만) 심각하다며 혀를 찼다. 실제로 피부과의 밝은 조명 아래 마주한 내 얼굴은 예상보다 더 연어들의 놀이터였다.
결국 생각지 못한 큰돈을 3개월 할부로 끊었다. 비싼 만큼 효과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과소비였지만 그만큼 여드름 박멸이 시급하게 느껴졌다. 그래 한번 믿고 질러보자!
그렇게 플랙스 한 5주 패키지 치료가 오늘 끝났다.
효과가 있었을까? 한 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싼 데엔 다 이유가 있고, 싼 데에는 다 싼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눈에 띄게 여드름이 줄었다. 약간의 붉은 흉은 남아있지만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치료 과정이 너무 아팠기 때문에 평소 피부 관리를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피부과도 결국 피부가 아파서 가는 병원이니까.
아직 연어들의 흔적은 일부 남아있다. 자국이 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이는 과거 언니를 놀려대던 나의 짓궂음을 잊지 말란 표식같은 걸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