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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 Jul 29. 2022

코로나에 걸리니 비로소 철이 듭니다

코로나 3일차

키트 검사가 나오자마자 회사에 말씀드리고 익일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두 줄 나온 키트를 지퍼백에 담아서 보건소에 제출하면 무료로 검사해준다. 코로나 확진자 관련 정책이 바뀌어 일반 병원을 가면 5천 원 자기 부담금을 내야 한다. *반드시 양성 키트가 있어야 한다. 까먹고 안 가져가 가면 낭패다. 본인이 코로나자가진단키트로 확진 의심자라는 걸 보여줘야만 PCR 우선검사 대상자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깜빡하고 키트를 안챙겨간 나는 도로 집에 왔다가 다시 갔다. 바이러스에 놀라 정신줄도 놓았다.


날은 33도에 육박했다. 지 잘못임에도 더운데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 순간적인 짜증이 났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애인에게 괜히 잼민이처럼 꼬장 부렸다.


다행히 그는 귀엽게 받아줬다. 하지만 저녁 늦게야 미안해진 (깨달은) 나는 장문충이 되어 용서를 빌었다. 그는 천사다.

보건소는 평일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키트를 보여주자면 바로 입장 시켜주고, 검사 키트는 따로 버릴 수 있게 해준다.


PCR 검사는 익히 그래왔듯, 순식간에 끝났다. 면봉이 콧속에서 몇 번 난리를 치고 나니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이날 점심부터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사서 먹기 시작했다. 약간의 두통과 미열 그리고 인후통과 근육통이 있었다. 아주 심한건 아니었다.

바이러스 확산이 많이 진행된 만큼, 약한 놈인가보다. 확진 이후 사경을 헤맸다는 이들도 있다는데, 아파서 데굴데굴 구를 정도 지경은 아닌 게 다행이다.


오후 10시 쯔음 체온을 재 보니 37.6도까지 올라갔다. 크게 몸에 이상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할 일 없으니 방 안에서 구글링만 오지게 했다. 37.5도 정도 까지는 정상범위라고 한다.


일찍이 엄마가 방 문 앞으로 배급해준 밥을 먹고, 약도 먹고 푹 잤다.


아플 때 혼자면 그것 만큼 서러운 일도 없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나를 챙겨주는 이들이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어쩌면 철들라고 감염됐는지도 모르겠다.

다행이다.

엄마가 계셔서 다행이다.


우리엄마가 계셔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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