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와 기후변화
창밖에 비가 많이 오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비가 좋아진다. 도시의 소음이 자연의 소음으로 뒤덮여서다. 왜 현대인들은 요새 일부로 ASMR을 찾아 듣기도 하지 않는가? 유튜브에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소리들이 '제공' 되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는 자연의 소리까지 인공으로 찾게 됐나 싶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이러다 정말 매미소리, 빗소리 등을 오디오로 찾아들어야 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 빗소리가 좋지만 언젠가는 빗소리 '밖에' 못 듣게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
실제로 올여름에도 지구는 인간에게 경고를 퍼부었다. 올 7월 독일에서도 홍수가 나서 약 100여 명이 사망했다. 중국은 지하철이 잠겼다. 이뿐인가. 미국에서는 산불이 멈추지를 않고 캐나다는 49도까지 올라갔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 9일 공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이내에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3년 전 예상치보다 10년이 앞당겨진 결과다.
어린 시절 충격적으로 봤던 영화 투모로우가 개봉된 지 벌써 17년이 됐다. 거의 20년 전 영화가 점점 실화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감성 터지는 빗소리도 좋지만 이것이 훗날엔 엄청난 재앙의 소리로 둔갑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