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라비언의 법칙
연애를 안 한지 어느덧 4년 차다.
슬슬 나도 연애라는 것이 하고 싶어졌다.
때마침 생일을 핑계로 몇몇 연락을 받았다.
딱히 친하지는 않고 연락처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그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밥 한 번 먹자고 했다.
그렇게 두 번의 각기 다른 만남을 가졌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대화도 잘 통했다. 스마트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배려심 깊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끌림이 없다.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겠지만 '이성적'인 끌림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이건 꽤 치명적인 문제다.
인정하는 바다. 사실 나는 어린 시절만 해도 이성을 볼 때 '외모'를 앞세웠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야만 그다음의 매력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과 만남을 가져보면서 외모보다 '대화'가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 단기적인 연애가 아니라, 정말 남은 인생을 함께 보낼 사람이라면 더더욱 중요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는 동안 나도 시나브로 나이를 먹었다.
외모에 방점을 찍으며 가벼운 연애를 즐길 수 있는 시절은 갔다.
그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철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매력이 없는 것일까?
그들이 가진 다른 매력이 첫인상을 압도할 만큼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의사소통에서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에 영향을 미치는 건 청각 38%, 시각이 55%다.
무슨 대화가 오갔느냐를 판가름하는 말의 내용은 고작 7%에 불과하다고 한다.
휴 - 나는 속물이 아니었다. 이건 본능이었다.
확실히 어떤 만남에서의 첫인상은 많은 것을 판가름하는 듯싶다.
생각해보자. 남녀불문, 시각적으로 지나치게 이상형과 거리가 멀다면 마음에 반전이 일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성을 만날 때 외모가 만사라는 건 아니다. 당연히 중요한 건 성격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어야, 매력적인 성격도 보이고 마음 또한 열린다는 게 지론이다. 따지고 보면 첫 만남에 상대방이 실로 품성이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를 '확실히' 안다고 할 수 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짧지만 확실한 외모에서부터라도 끌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너무 죄책감 갖지 말자. 우리는 그저 본능적으로 행동한 것뿐이다.
이렇듯 우리는 메라비언 법칙의 영향으로 인생에서 마주한 다양한 인연들을 스쳐 보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꼭 맞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한다. 왜 "전혀 이상형이 아닌데, 우리 사귀게 됐어요" 하는 사연도 종종 발견되지 않은가. 이런 경우를 '인연'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제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이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인연'을 만나기란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세상의 반은 남자고, 세상의 반은 여자고, 또 그 반의 반은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니 우리의 인연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연애를 위한 연애, 결혼을 위한 결혼을 위해서 너무 쉽게 본능을 포기하지는 말자. 결국에는 다 행복하려고 선택하는 것일 테니까.
이왕이면 이상형에 부합하면서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