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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 Sep 01. 2021

죽어가는 여성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 사건들을 보면서


요즘 뉴스 보기가 무섭다. 사람 사는 세상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일주일 사이 5 숨진 사건이 연이어 보도됐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여성이다. 20개월부터 77세까지 정말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20개월 영아는 성폭행 피해까지 당한 뒤, 양아버지에게 맞아 죽었다. 25살 여대생은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숨졌다. 각각 40대와 50대로 알려진 두 여성은 전자발찌를 끊은 전과 14범 살인마로부터 무참히 살해당했다. 마지막, 77세 여성은 '심부름을 시켰다'는 이유로 손자들로부터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성 실종 사회 같다. 인간의 탈을 쓰고 가능한 일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이성 때문에 동식물과는 다른 게 인간만의 유일함이라고도 했다.


요즘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을 보면 인간됨을 포기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더 끔찍한 것은 그런 '인포자'들이 그들의 욕구를 해소하고 범행의 동기로 삼는 대상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왜냐? 남성보다 물리적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약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열받음을 표출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다수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약자가 바로 여성인 것이다. 심지어는 아동이나 노인까지 범행의 대상으로 삼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한민국 여권이 신장하고, 성평등의 시대가 왔다고 할 수 있는가. 남성들은 '역차별'을 주장할 수 있는가.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몰라 밤길 종종걸음을 놓아야 하는 게 대한민국 여성인데 말이다. 암만 불평등사회라지만 '성별' 때문에 멀쩡히 사는 인생이 단축될 확률이 높다는 건 너무도 끔찍하고 억울한 일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1949년의 저서 <제2의 성>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열등감으로 고민하는 모든 남자에게 기적적인 약이 되고,
특히 자기의 사내다움에 불안을 느끼는 남자일수록 여자에게 오만하고 공격적이며 경멸적으로 행동한다.


보부아르가 경험했던 1949년이나 2021년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실로 슬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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