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는 이야기
아침형 인간을 꿈꾼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성공한 적은 없다. (내 의지력은 젬병이다.)
그렇다고 너무 낙심하진 않는다. 재미있게 읽어서 별점을 후하게 줬던 책 <해빗>. 해빗의 저자는 인간의 의지로 '습관'을 만드는 건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대부분의 인간이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신, 어떤 습관을 만들고 싶으면 '자동 시스템화'를 만들라고 했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강제성을 부여하라는 말이다.
그렇게 주말 오전 알바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집 근처 카페에서 오전, 딱 4시간만 근무하는 파트타임을 발견했다. 오 개꿀? 일찍 기상하고, 돈도 벌고, 더군다나 카페 알바는 재미있다!
재미있다는 근거는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23살, 유럽 배낭여행 자금의 8할은 카페알바였다. 약 1년 반 동안 커피 판 돈으로 유럽 공기를 맛볼 수 있었다. 당시 인품 좋은 카페 사장님들을 잘 만나 커피도 배우고 돈도 모았으니 일석이조였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내게 카페는 돈 버는 곳이 아닌 쓰는 곳이 됐다. 오랜만에 돈버는 카페를 꿈꾸며 지원했다. 솔직히 30대를 알바로 쓰진 않을 것 같아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특히 카페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의 로망(?) 같은 게 있어서 대체로 20대 초중반이 꽉 잡고 있다. (라뗀말이지..)
익일, 뜻밖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했다. 젊어 보이는 남자 사장이 인터뷰를 했다. 오픈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된 카페였다.
그는 내게 카페 경력을 물었다. 있긴 한데 오래 됐다고 했다. 그럼 까먹은 거 아니냐고 했다.
"아뇨 제 손이, 이 가슴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라고는 물론 안했다)
그렇게 두 번째 부업이 시작됐다. 전달 받은 카페 레시피를 출력했다. 무려 10장이다. 메뉴가 역대급으로 많다. 카페 사장은 메뉴를 달달 외울 것을 강조했다. 암기력이 딸리는 나는 완벽 숙지해 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BUT... ^^..
다행히 손님이 많은 매장은 아니다.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고 커피를 내리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손님이 제발 더 왔으면 하는데 안 와서 서운할 정도다.
10년새 바뀐 카페문화를 관찰하는 것도 신기하다. '라떼'만 해도 키오스크가 없었다. 착한손님, 진상손님 일단 다 대면해야 했다. 하지만 이곳은 100% 키오스크를 통해서만 주문할 수 있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말할 때 말고는 딱히 인간을 대면할 일이 없다. 스트레스 감면 포인트다.
이밖에 카페를 둘러싼 여러가지 단상이 떠오른다. 기술 변화, 손님, 함께 일하는 젊은 사람들, 자영업, 창업비용, 테이크아웃과 환경, 노동의 가치 등등. 덕분에 앞으로 블로그 글 쓸 소재가 넘칠 것 같다.
모쪼록 알바는 재미있고, 주말은 보다 알차졌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