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일기
매일의 잠을 죽음이라고 한다면 매일 자기 전에 쓰는 일기는 유서와 같다고 누군가 말했다.
죽기 전에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는다니 쓸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하루하루를 잘 정리하고 다음 날 다시 잘 시작하고 싶어서 일기를 쓰기로 했다.
지금까지 여러 해 일기를 쓰다말다를 반복하고 하루를 낭비하기도하고 다시 돌아가 잘 보내려고 시도와 노력을 해보기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가능하면 이번에는 일기쓰기를 습관으로 굳히고 싶다. 어렵겠지만 일단 30일간 도전해보기로한다. 게다가 오늘은 이사 첫 날이다. 새로운 방의 새로운 천장을 보고 잠에 들 것이다. 고작 사는 곳이 달라졌다고 바로 다른 내가 될리는 없지만 한 번 해보자.
쿠라시노 마켓또라는 가사관련 플랫폼을 써서 저렴하게 이사했다.
혼자 다 포장하고 짐도 크게 줄이고 기사님과 무거운 짐도 같이 들고 그래서 그런지 근육통이 있는 것처럼 몸이 조금 뻐근하다. 무려 동승서비스도 있어서 이사 간의 이동도 편했는데 차 안에는 담배냄새가 진하게 났고 여기저기에 땀과 때가 베어있는 것 같았다.
도중에 기사님과 플랫폼 수수료 및 코로나 후 이사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운영이 22퍼센트나 수수료를 받아간다고 한다.
일단 짐은 붙박이 옷장(오시이레) 안에 다 넣고 책상과 의자 침대 등을 정리했다.
가스점검원분과 같이 확인하고 나서 고깃집에 갔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일본에서 남의 이사를 도와주거나…어쨌든 이사하면 고기 구우러가는 이미지가 있어서 오래만에 고기를 먹어야겠다 싶었다. (아침부터 홍차 한 잔, 보리차 한 병 마신 게 전부였다.)
근래 2 - 3달 붉은 육류는 거의 끊다시피했는데...좀 아쉬운 느낌도 들면서 평소에 다시 줄이면 되지뭐 같은 생각을 했다.
오래만에 고깃체인점인 규카쿠 (소뿔이라는 뜻이다)에 갔고 무제한 코스를 시킬까 고민하다가 1인분 씩먹을 수 있는 단품을 시켰다. 그리고 오래지속된 도쿄도 긴급사태선언 (4-5번이나 연기됐다. 이렇게 많이 연기되다니 정말 긴급한가?)도 끝났음으로 생맥을 시켰다.
혼밥, 혼술에 익숙하지만 혼자 고기집에 온 건 처음이다.
고독한 미식가의 이노카시라 고로씨가 혼자 고기구으러가는 에피소드를 떠올려봤지만 고로씨가 흔한 체인점에 가는 에피소드는 없으며 항상 우롱차만 드시니 그거랑 그건 다르지 같은 거리감을 느꼈다.
염원하던 욕조에 들어가서 목욕하고 쉬면서 수요일 어떠신가요(水曜どうでしょう) 2007년도 방송을 보고 조금 정리하고 일기를 쓰고 책을 조금 읽다가 잠에 들것이다.
이사 첫 날이라 쓸게 많았다.
이벤트가 없는 날은 무슨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걱정스럽지만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오늘의 감사
1 문제없이 예정대로 저렴하게 이사를 잘 끝냈다.
2 짐을 많이 줄였다. 나 스스로를 조금은 컨트롤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3 새로운 나날들이 기대된다. 무기력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