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3일 맑음
이사를 계기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두 번째 날.
벌써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한국말로는 작심삼일, 일본어로는 三日坊主 스님생활도 삼일(삼일만에 환속해버리는 것을 뜻함)라는 말도 있는데 그 삼일조차 채우지못하는 게 참 속절없다...
새 집에는 공간을 나눠서 사용하기로 했다.
지금 글을 쓰는 공간 앞에 앉아있고 노트북을 가지고와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찍 일어나 공부도하고 요가도 하고 싶었는데 늦잠을 자버렸다.
어제 이사가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일어나서 준비하고 옛 집으로 향했다.
그늘은 서늘하고 화창하고 기분좋은 날씨였는데 오후는 여름처럼 찌는 듯이 더웠다.
옛 집에 놓아둔 책을 몇 권은 기부하고 몇 권은 무료나눔한 분들께 소포로 부쳤다.
돌아와서 청소를 했고 땀도 많이 흘리고 힘들기도 했다.
어쨌거나 마지막에 집 체크하러 온 사람은 그렇게 깐깐한 사람이 아니었고 보증금은 반절 정도 돌아올 것 같다. 확인작업이 너무 간단히 끝나서 인터넷에서 보증금 많이 돌려 받는 법을 열심히 본 게 아까울 정도로 잘 끝났다. 열심히 청소한만큼 더 돌려받을 수 있게 더 이야기해도 됐지만 4년이나 살아 청소를 해도 해도 세월의 때는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악덕업자들이 몇 배나 올려서 받는 그런 트러블이 없으면 됐지 싶었다.
체크는 금방 끝났고 걷고 버스를 타고 중간에 슈퍼에 들려서 끼니거리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한참 햇볕이 뜨거울때 잠시 베란다청소를 했을 뿐인데 등과 목이 해수욕장 다녀온 뒤 처럼 조금 쓰라리다. (서둘러 썬크림을 발랐는데도...!)
청소를 하면서 평소에 틈틈히 청소한다고 해도 모르는 사이에 기름이나 때가 쌓이는 것에 놀랐다. 가족으로부터 독립한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온전히 "혼자"서 "오래" 한 곳에서 살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의 흔적은 생각보다 잘 남는다. 나무바닥 사이에 떨어진 머리카락, 자주 걷던 곳에 생긴 기름때, 거울의 물때...미스테리 소설이나 범죄수사 드라마에서 과학적인 증거로 나올 때는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치워도 치워도 인간의 부산물은 꾸역꾸역 나온다.
그러고보니 티비에서 방영해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보게 되는 쇼생크탈출에서 형무소에서 출감된 재소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회복귀를 위해 그들에게 주어지는 숙소가 있는데 그 곳에 주인공과 친구는 각각 칼로 새겨놓는다.
"내가 여기에 있었다."
바닥을 닦으며 내가 확실히 여기에 있었지 여기에서 시간을 보냈지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보낸 시간들을 정의하고 추억하는 건 너무 과거지향적인 행동일까? 그저 새로운 곳에서 "잘" 지내려 노력하면 그만일까? 앞으로 나는 내 생애에서 몇 번이나 더 이사를 할까? 거처는 사는 곳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늘의 감사
1 어쨌든 이사가 무사히 끝났다
2 새 동네를 산책하다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다
3 버스기사분이 친절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