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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조조 Oct 29. 2021

행복의 배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세요

일본의 코로나쇄국과 젊은이들의 세계일주

일본의 슈퍼나 식당에 가면 볼 수 있는 포스터가 있다.

푸른 바다와 멋진 여객선 그리고 즐거워하는 젊은이들의 사진이 나와있고 일본어로는 여객선을 타고 세계일주! 영어로는 피스보트라고 적혀있다. 


평화의 배, 뭔가 히피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예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는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말 그대로 피스보트라는 법인이 요코하마 오 오산바시 터미널에서 큰 여객석을 띄워 세계 곳곳을 돈다. 여행이 기간이 길어 주로 학생이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어학수업 등이 승선기간 동안 제공되기도 하며 외부 초빙강사도 많다고 한다. 물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이들을 위해 청소하고 일하면 뱃삯을 깎아주는 제도도 있다.


피스보트의 역사는 오래되었기도 하고 또 포스터에 얼굴을 내밀어 배에 오르시오, 세계를 바라보아라 젊은이여 라고 추천하는 유명인들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도 타다오도 젊은 시절 배에 몰래 올라타고서는 이탈리아, 프랑스의 걸작 건축들을 직접 보고 배웠다며 여행을 떠나 세계를 보라고 엔에치케이에 나와서 젊은이들을 향해 외쳤다.


진보 저널리스트 츠쿠시 테츠야도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하며 배에 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추천인들의 사진과 추천글은 포스터에 사라지기 시작했고 80만 엔에 세계일주라고 적힌 캐치프레이즈도 사라졌다. 저가항공의 대두로 해외여행은 저렴해졌고 숙소 찾기와 지도보기 같은 기술은 미리 아마존에서 구입해서 비행기 착륙 시에 유심칩을 갈아 끼는 것으로 치환되었기에 저렴하게 같은 젊은이들과 배를 타고 세계 일주하기의 매력은 희미해졌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쓴 지 2년째, 2차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새로 이사한 거리의 작은 다방에서 아주 오랜만에 피스보트의 포스터와 만났다. 도시 및 국경 폐쇄를 그만두고 입출국을 코로나 이전으로 돌린 나라도 여럿 있지만 2021년 늦가을 현재 일본은 거의 쇄국 상태에 가깝다 또 내국인이라 하더라도 백신 접종이 끝난 상태라도 여지없이 10일간의 격리 의무를 지닌다. 


그런 일본에서 피스보트의 포스터의 젊은이여 세계일주를 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막부 말 쇄국 하의 일본 유신 지사들을 세계를 보고 배워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배를 타고 세계로 나갔다. 21세기 코로나 판데믹 쇄국 하의 일본 젊은 이들은 어디로 향할까 어디로 가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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