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노동자이지만
대도시에의 집세와 물가를 견디는 대가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군주들의 것이었던 궁전과 정원과
나이 많은 나무들이 있는 공원,
여성은 대상화되고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미미한 미술관,
약탈하고 탈취해 온 것들이 있는 박물관,
부동산 재벌들의 보드게임 말같은 영화관
일을 서둘러 끝맞추기 무섭게 그 곳으로 달려가서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었다
휴일만 되면 악착같이 찾아가
일터에서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았다.
이렇게라도 잠시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곳이 있어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해야지
생각해야하고말고
삶에서 도망칠 수도 없으니
시간이 나는대로
틈틈히 그렇게 도시 속으로
깊게 깊게
파고든다.
숨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