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근처 봉은사를 한 바퀴 돌았다.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즈넉한 경내를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때로는 각 종교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곤 한다.
우연일까? 최근에 '삼프로'나 '너진똑' 같은 유튜브 채널을 보면 종교를 다루는 콘텐츠가 종종 보인다. 종교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을 존중하면서 객관적으로 종교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 덕분일까? '불신지옥, 예수천국'이라는 일방적이고 광신도적인 종교의 행태에 넌덜머리가 나 있던 내 편견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그들이 정말 신인지, 신의 자녀인지, 신의 대리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교육 수준이 낮고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으며 무질서했던 시대에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종교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종교들이 가진 가치는 무엇일까?
기독교는 사랑(Agape)
불교는 깨달음(Enlightenment)
이슬람은 헌신(Devotion)
그들은 여전히 다투거나 세를 과시하며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지만, 그 길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결국 인류의 안녕과 평화가 아닐까?
p.s (추신)
가끔 누군가 나에게 종교에 대한 생각을 물을 때가 있다. 나는 의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호기심이 많기에 종교에 대한 선입견은 없는 편이다(광신도는 제외). 누군가의 끌어당김이나 우연한 기회로 기독교, 천주교, 불교의 집회나 법회와 같은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음, 군대에서 원불교도 가보긴 했구나). 그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다.
1.기독교
예수님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제자들은 마지막 가르침을 달라고 한다. 그때 예수님은 말했다. "사랑하라, 네 이웃을 사랑하라." 제자들은 이미 여러 번 들은 가르침이라 말하며 다시 가르침을 청한다. 예수님은 다시 말한다.
"이웃을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네 이웃을 사랑하라."
"A new command I give you: Love one another. As I have loved you, so you must love one another." (John 13:34, NIV)
2.천주교
몇 대 교황이신지는 모르겠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한했을 때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사람들이 기독교, 이슬람 등 다른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며 왜 천주교를 믿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내 기억으로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신의 자비는 종교가 없는 이들에게도 열려 있으며, 그들이 양심에 따라 선을 행한다면 구원받을 수 있다.",
"각 개인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선을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인터뷰를 보며 천주교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 느낄 수 있었고 종교에 대한 닫힌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2013년 9월 이탈리아 '라 레푸블리카', 2014년 7월 아르헨티나 주간지 '비바'와의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다)
3.불교
불교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나에게 종교라기보다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자연과 어우러진 여행 같은 느낌이다. 또한 불교를 믿는 지인들이나 타인들이 부처님을 믿으라며 강요한 경험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누군가에게는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경험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오래된 책 '성철스님 시봉 이야기'를 통해 자연인으로서 거칠고 우악스러웠던 그가 불교에 귀의하여 스스로 깨달음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며 부처님의 자비를 느낀 적이 있다. 또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통해 나를 돌아보았고, 가장 아끼는 친구와 함께 스님이 몸담았던 길상사에서 종종 힐링을 하곤 했다.
종교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위와 같은 이야기와 함께 "아직 종교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며, 꼭 귀의해야만 하는 것인지, 나 스스로가 가족, 이웃, 동료, 타인을 배려하고 친절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닌지?"라고 답하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오늘도 노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