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천막은 어떻게 명품이 되었을까?
프라이탁.
소셜벤처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지겨운 주제일 것이나,
놀라운 사실은 아직도 프라이탁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프라이탁은 무려 27년전인 1993년에 탄생한 스위스의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마르쿠스와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는 자전거를 애용하는 디자이너들이었다. 그들은 비가오는 날에도 스케치한 내용물을 온전히 보관할 수 있는 젖지 않는 가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르쿠스 프라이탁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들을 바라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근처의 공장으로 찾아간다. 평소 일상에서 매일 보던 트럭이 사용하다 버린 덮개 천막, 자동차의 안전벨트나 타이어 등을 가득 실어 집으로 가져왔고 이것으로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더러운 천막을 일일이 세척하고 재봉틀로 박음질하며 프라이탁의 첫번째 가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지독한 냄새가 아파트에 퍼져 많은 항의를 받았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렇게 탄생한 첫번째 가방이 최초 모델인 메신져 백이다.
그 후 입소문을 탄 프라이탁 형제의 가방은 특정 직업군을 시작으로 각종 매장에 입점하게 되고 팝업 행사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후 이 특별한 가방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그 가치를 알리며 승승장구한다. 2014년의 자료를 참고하면 연간 약 40만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이에 들어가는 폐차 안전벨트와 폐자전거 등은 약 15만대를 넘는다. 약 400톤의 폐 방수천이 프라이탁을 통해 재활용되며 이렇게 제작된 제품들은 전세계 22개국에서 470곳의 프라이탁 매장에서 판매된다. 2019년 기준으로 프라이탁의 연 매출은 약 700억원이 넘는 사회적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 차원 높은 가치를 선도하는 기업은 선 이윤, 후 사회공헌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 마이클 포터 -
프라이탁이 사회적 기업으로서 굉장히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의 사회적 가치가 빛을 발하는 부분은 단순히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건전한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과 이에 대한 지속 의지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프라이탁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하는 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5년 이상된 폐 방수천만을 사용한 업사이클링 생산
· 공장의 에너지 재활용 및 빗물을 활용한 생산
· 버려진 화물 컨테이너를 활용한 플래그십 스토어
· 소비자의 취향대로 천의 면을 선택하고 디자인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 미디어로서 메신져가 되겠다고 발표한 프리미엄 라인, 레퍼런스
· 여성 전문 경영인 적극 영입을 통한 역할 분담
· 저개발 국가 노동자 및 장애우 고용 및 동등 대우
이처럼 프라이탁은 단순히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으로 끝나는 기업이 아니다. 그들의 비즈니스의 본질만 꺼내보면 결국 패션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판매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제품의 기본이 되는 콘텐츠인 폐 방수천부터 생산과정과 전시장소 그리고 여기에 참여하는 근로자들과 소비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견고히 구축해 나아가고 있다.물론 프라이탁도 첫 시작부터 이 모든 구조를 갖추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르쿠스와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는 자신들이 가진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비전이 명확했고 그 비전을 따랐기 때문에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두 형제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완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도 이들과 프라이탁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참고문헌
- 프라이탁 : https://www.freitag.ch/en
- 매거진 B : https://magazine-b.co.kr/freitag/
- 조선 비즈 : http://weekly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21/2014032102163.html
- 아시아 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19072515225928802
- 빅프라핏(신현암, 이방실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