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으로 완성되는 요리

혼자서는 이 맛을 낼 수 없어요

by 조성현

요리를 좋아하는 건 어머니를 닮았다. 손맛이 좋기로 소문난 어머니 어깨 너머로 배우다보니 나도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한다. 덕분에 아내는 주변의 부러움을 산다. 몇 주 전에도 집에 놀러온 처제가 언니는 맨날 맛있는 거 먹어서 좋겠다며 나를 추켜세워주었다. 그 날에는 꼬막무침과 버섯전골을 했다.

요리에는 재료, 도구가 필요하겠지만, 그중 가장 필요한 것은 남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요리가 가능해진다. 이론상으로는 혼자서도 요리해서 먹을 수는 있지만, 혼자 있을 때 만드는 음식은 요리가 아니다. 그저 칼로리를 공급하기 위한 열량 덩어리가 된다. 요리는 나 말고 먹어주는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맛있고 멋스럽게 된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의 마지막 미션 주제가 '나를 위한 요리'였다. 요리사는 남을 위해 요리하고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생활하니, 요리란 자신이 아닌 돈을 향한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럽게도 요리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모양이었다.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서툰 사람들은 그런 기회가 우연히 주어졌을 때에 비로소 자신을 마주한다.

남이 없으면 요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만든 요리가 진짜 맛있는지는 혼자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 혼자 아무리 맛있다고 자찬해봤자 남이 먹어줘야 그 요리의 '진짜' 맛을 알 수 있다. 요리를 먹는 이의 표정, 제스쳐, 탄성으로 요리는 그 맛과 향을 만들어 나간다. 그 때가 요리가 완성되는 시점이다. 혼자 만들어 혼자 먹는 음식은 언제나 미완성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FB46FB86-26AE-4368-9689-D1653D21F6A1_1_105_c.jpeg 꼬막무침과 버섯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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