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한 사랑은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가 없다
회사 후배 셋이 집에 놀러왔다. 목적은 백일 된 아기를 보는 것. 후배들 모두가 미혼이라서 아기 볼 기회가 귀해서 며칠 전부터 설레여하며 호들갑을 떨었더랬다. 우리집에 놀러오는 게 이제 몇 번 째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이렇게 신나하는 것은 아마 처음이 아니었을까.
갑자기 들이닥친 세 명의 (언니라고 주장하는) 이모들이 어찌나 소란스러웠는지 평소에는 생긋생긋 잘 웃던 딸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여기저기를 쪼물딱 거리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귀엽다고 큰소리를 내니 무서웠는지 아랫입술이 삐쭉거리며 튀어나왔다. 아빠, 엄마를 알아보는지 내내 나와 아내가 있는 쪽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면서 귀엽기도 하고, 부모라고 생각해주니 고맙기도 했다.
이번 음식은 하기 편한 불고기 파전과 만두전골을 했다. 전에 놀러왔을 때는 시간과 에너지에 여유가 있어 온갖 음식들을 해서 먹였는데, 이번에는 도무지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서 간단히만 했다. 후배 하나가 회를 사오고, 또 하나가 브라우니 치즈케익을 직접 만들어온 덕분에 넉넉하게 먹었다. 먹는 와중에도 딸을 재우고 먹이고 하느라 몸은 바빴지만, 회사 이야기도 듣고 떠들어서 힘든 줄 몰랐다.
오늘도 어김없이 결혼 좀 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결혼식장에서 풀 메이크업하고 웨딩드레스 입고 예쁜 척하면서 앉아 있는 모습이 꼴같잖고 웃길 것 같다며 웃었다. 후배들은 또 그 소리냐고, 지겨워 죽겠다고, 알아서 하겠다고 일갈했지만, 나는 매번 잊지 않고 잔소리를 해댄다.
요즘에는 결혼하란 말이 터부시되어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잘 하지 않는다.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것은 좋지만 결혼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없지는 않다. (지겹게도 또 뇌과학이지만) 뇌라는 게 외부의 입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보니, 누군가는 자극을 넣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니까 내 잔소리는 일방의 참견질이라기 보다는 아끼는 후배들에게 변화의 씨앗을 심어주고자 하는 애정이(라고 주장한)다.
야무지게 점심을 먹고 디저트까지 먹고 나니 저녁 시간을 앞두고 해산했다. 가는 손에 화분 한 두 개씩 쥐어주었다. 딸이 크면 둘 수 없는 화분들을 처분해야했는데, 요새 자취방 꾸미는 데 혈안이 된 후배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나눔이었다. 후배들은 작은 화분들은 신나서 가져가고 큰 화분은 나중에 배달해달라고 했다. 잘만 키워준다면 배달이야 어렵지 않지. 부디 다른 집으로 옮겨간 화초들이 새 집에서 잘 자라기를, 그 집에 생기를 더해 자취방이 신혼집으로 탈바꿈되기를, 그리고 화분이 사라져 허전해진 우리집에는 딸의 발자국이 남기를, 오늘 밤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