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영어 교육

가르칠 건 없고 사랑과 관심을 줄게

by 조성현

요즘 영어 회화 공부를 한다. 공부라고 해봤자 그냥 영어 회화 교본 하나 사서 하루에 문장 몇 개 외우는 것이다. 당일에는 안보고 말할 수 있어도 다음 날이면 어쩐 일인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단기 기억상실증인가 싶을 정도로 금세 잊어버리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도 그랬으니까.

영어 회화를 공부하겠노라고 마음 먹었던 것은 딸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누구는 영어 유치원을 보낸다던데 내겐 그럴 여유도 없고 그런 식으로 교육에 열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살면서 영어가 필요하기도 하고 유아 시기가 언어 교육을 하기에 적기라는 이야기도 있기에 내가 내린 최적의 결론이었던 것이다. '내가 공부해서 내가 가르친다.'


그래도 왕년에 영어 선생님 하던 때도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1년. 대학을 휴학하고 학원에 취직해 중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에 편입 영어로 강하게 단련되어있던 덕분에 (시험을 위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수월했는데, 가장 진땀을 뺐던 것은 학부모 상담이었다. 비록 학원이었지만 나름 담임 제도도 있었고, 내가 담당하는 반 학생의 부모와 전화 통화를 해야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서 대충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다가 끊기도 하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패턴이란 당시의 나로서는 꽤나 충격적인 것이었는데,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부모는 상담이 수월하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의 부모는 상담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부모는 말이 많았다.

"선생님. ㅇㅇ이가 장래희망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ㅇㅇ이가 선생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반면에 공부를 못하는 학생의 부모는 할 말이 없었다.

"선생님. 제가 일이 끝나면 애가 잘 때 집에 들어가서 얘기를 못해봤어요."

"ㅇㅇ이가 학원에서 그런 얘기를 해요?"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교육의 본질은 어쩌면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주면 아이는 '나는 소중한 존재구나.'라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닿는다. 자기애를 가진 아이는 자신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기 위해 공부를 한다. 반면에 하루종일 맨 뒤에서 엎드려 잠만 자던 아이는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 소중한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허투루 버린다.

사실 이건 공부를 대한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이었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아이의 삶을 좌우한다는 것. 그것이 짧게 학원에서 선생 노릇을 하며 배운 가장 큰 가르침이었다. 나는 선생으로 취직했지만, 어쩐 일인지 학생이 되어 인생을 배웠다. 그리고 이제 부모가 되었으니, 그 가르침을 삶에 녹일 때가 되었다. 지금의 내가 외우는 것은 영문장이지만, 훗날 내가 딸에게 줄 것은 역시 관심과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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