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가고 싶은 곳
집 말고는 생전 어디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집은 내게 가장 아늑하고도 흥미로운 곳이다. 누구는 집에서 할 게 없다고 하던데 나한테 있어 그것만큼 황당한 말이 없다. 집이야말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인데! 내 시야 안에서 오가는 사람도 없고 시끄러운 소리도 없으니, 남는 것이라고는 할 일뿐이다.
할 일이라는 게 집안일일 수도 있고 책 읽고 영화 보는 취미생활일 수도 있고 그건 저마다 다를 일이지만, 집이라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모두가 같다. 집이란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집은 많은 사람에게 안락이기도 하고, 욕망이기도 하다. 특히나 부동산 불패 신화의 대한민국에서 집을 이야기할 때, 사는(living) 곳에 대한 것이라기보단 사는(buying) 곳에 대한 것일 때가 더 많다.
연일 뉴스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와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여론의 상반된 입장 차이에 대해 떠든다. 그 뉴스를 보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할 공산이 크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값이 오르길 바라고, 아직 가지지 못한 입장에서는 떨어지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니 말이다. 하지만 집의 입장에서 보자면 제 몸값이 높아지는 것보다 집 다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을 원하지 않을까 싶다. 제 안에 들어온 집주인의 심박수가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되는 그런 나른한 공간이 되어 제법 사랑받아 마땅한 집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에 대해 떠들어대던 사람들도 사실은 사랑할 만한 집을 원하던 게 아닐까. 가격이 올라야 사랑할 수 있는 집 말고, 그냥 그 자체로써 몸을 누이고 싶은 집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