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은 부부만의 것이 아닌걸
아내와 내가 부부라는 공동체로써 채워온 7년이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사건들을 담을 수 있는지 가늠해보았다. 후암동 신혼 생활, 아내와 함께 걷던 출퇴근길, 몇 번의 해외여행, 아버지의 투병과 장례, 아내의 이직, 새로운 터전으로의 이사, 두 번의 유산과 출산... 큼직한 것만 적어도 한 페이지는 가득 채울 수 있을만큼 많아 자잘한 일들까지 꺼내기는 그만두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지나간 기쁨과 슬픔을 들추어 보기에는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감당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봄이 찾아왔으니 따뜻한 볕으로 나가 오늘의 빛을 쬐며 시간이란 헝겊에 추억을 수놓는 것이 급선무. 오늘은 결혼 7주년을 맞아 세 가족이 서울대공원에 다녀왔다. 바람이 꽤 불었지만 햇살만큼은 황금빛이었다. 적당히 따뜻하고 절묘하게 포근한 공기에 거기에 있던 동물과 식물들 모두가 기분 좋아 보였다.
7년 전 오늘은 결혼식이 있었다. 그 때의 날씨도 말도 못하게 좋았더랬다. 만나는 하객마다 날씨가 너무 좋다며, 오는 길에 샛노랗게 편 개나리 군집이 얼마나 예쁘던지 탄성을 질렀다며 축해해주던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한다. 우리의 성혼을 서약하던 그곳은 반쯤은 야외 결혼식처럼 꾸며져 있는 식장이었기에 포근하고 화창한 날씨가 우리의 결혼식을 곱절은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오늘의 봄바람이 마치 7년 전의 기억을 소환해주려는 듯이 우리의 볼과 가슴을 부드럽게 간지럽혔다. 딸은 유아차에 누워 우리의 얼굴을 보고 웃는다. 신혼부부와 부모라는 두 가지 신분 사이의 7년에 딸은 없지만, 어쩌면 그 시간 역시 딸을 위한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둘이서 알콩달콩 즐거운 시간을 즐길만큼 즐길 수 있었으니 새 식구를 맞이할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결혼기념일은 부부만의 것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저녁은 포기할 수 없었다. 저녁만은 우리 둘만의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 딸을 먹이고 씻긴 후에 아내가 딸을 재우는 동안 나는 아내의 선물을 만끽하러 다녀왔다. 어깨도 쑤시고 허리도 아프다고 매일 끙끙대는 나를 위해 아내가 마사지를 예약해둔 것이다. 둘의 기념일인데 어쩌다보니 나만 선물을 받는 상황이 민망스러웠지만, 아내의 마음이 예쁘고 고마워서 기꺼이 다녀왔다. 온몸이 야무지게 짓이겨진 후에 흐물흐물한 채로 집으로 돌아와 미리 시켜둔 모듬회를 먹었다. 오랜만의 만찬에 신혼생활하던 때가 절로 생각난다. 그 때는 소중한 줄도 모르고 자주도 그렇게 놀았는데. 이제는 더 소중해진 덕에 감칠맛이 곱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