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은 고생으로 덮는 법이지

겨울을 견뎌냈다는 뿌듯함으로 봄을 만끽하기

by 조성현

벚나무 밑에서 아이들의 하얀 웃음소리가 흩날린다. 짧고 얇아진 아이들의 옷차림 위에 벚꽃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놀이터에는 흔해빠진 미끄럼틀 하나뿐인데 아파트 단지를 울릴 만큼 큰 웃음들이 쩌렁쩌렁 울린다. 꽁꽁 얼었던 벤치는 부모들의 엉덩이로 따뜻하게 데워진다. 아이들이 필요했던 것은 화려한 놀이터가 아니고, 부모들이 필요했던 것은 요란스러운 모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모두에게 필요했던 것은 봄, 하나뿐이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겨울은 내게 늘 견뎌야 하는 계절이었기에 봄이 왔다는 사실은 반가움보다 뿌듯함에 가깝다. 아, 이번 겨울도 잘 버텨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최남단 부산 출신인 아내는 겨울에 눈 내리는 게 예쁘지 않냐고 하지만, 최북단 양주의 산골 출신인 나는 눈이 달갑지 않다. 눈이 한 번 내렸다 하면 발목 위로 쌓이는 탓에 눈만 오면 차가 다니지 못하는 곳이었다. 지금이야 제설차도 다니고 언덕길 평탄 공사도 해서 사정이 나아졌지만, 나 어릴 적에는 어림도 내지 못했다. 하늘에 하얀 기운이 돌기만 해도 그야말로 '꼼짝 마라'였다.

그게 다인가.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고, 한쪽으로 몰아둔 눈 언덕이 녹기 시작하면 아주 꼬질꼬질해지는 게 영 보기 싫게 변했다. 그러니 눈을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던 것이다.

추위는 또 어떤가. 내게 더위는 퍼질러 늘어지면 그럭저럭 버틸만한 것이지만, 추위는 수없이 많은 바늘로 연신 몸을 찔러대는 듯한 통증과 같아서 좀처럼 견딜 수가 없다. 추위를 피하면 또 피로가 다가온다. 내복을 껴입고 패딩으로 몸을 감싸고 밖으로 나서면 몸이 무거워 금세 지쳐버리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게 겨울이란 영 정이 가지 않는 계절이다. 하지만 겨울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삼사 개월 정도를 성실히 머물다 간다. 그래도 지난겨울은 추위를 능가할 만큼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어느새 다 지나가 버렸다. 신생아를 보살피느라 바깥이 얼마나 추운지 느껴볼 여력이 없던 것이다. 그래, 원래 고생은 고생으로 덮는 법이지.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들을 바라본다.


D99BD3A8-1961-44E5-92F1-2E26E55D8360_1_105_c.jpeg?type=w1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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