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주 이야기
우선은 지난주 이야기를 바로 이어갈게요.
<편지 가게 글월>의 해외 수출 실적은 저작권 수출 에이전시와 만들어낸 것입니다. 작년 가을, 단기적으로는 ‘올해 안에 한 개라도 해외 수출 실적을 만들어내야 해.’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소설로 국내 출판 시장에서 안정적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워 보이니 해외에서 실적을 누적시켜야 해. 그러려면 미리 파트너십을 확보하자.’라는 생각으로 국내 주요 에이전시들에 출판사 소개서를 보내고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어떤 에이전시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좋은 실적을 만들어내는지 충분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기사들을 스크랩하고 해외 수출 실적을 만든 업계 지인들에게 어떤 곳들과 일하는지 문의했습니다. 거기서 몇 군데를 추려 메일을 보냈고 미팅에 응해주신 에이전시 두 곳을 만났습니다.
한 에이전시에서 <호러만찬회> 대만 오퍼를 전해주시어 작년 말 즈음 성사시킬 수 있었고, swla에서는 <편지 가게 글월>의 독점 소개 계약 제안을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의 첫 번째 진지한 논의를 작년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에서 진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최대의 국제 도서 저작권 마켓인 부흐메세에서 한국의 두 회사가 만나 해외 수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신기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기에 그 기운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프랑크푸르크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swla와 이야기를 구체화해 나갔는데 런던의 100년 전통 에이전시 PFD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독점 소개 계약을 맺자는 제안을 받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계약 조건에 대한 내부 검토를 거치는 동안 원고 개발을 열심히 진행했습니다.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성사시키겠다는 목표로 개발 일정을 조정하면서 swla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단계마다 작업물을 공유하였고, 올해 1월 말 즈음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원고를 먼저 읽으신 현지 문학 번역가님이 <편지 가게 글월>을 좋게 보셔서 본인이 꼭 번역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점도 중요한 요인이었을 겁니다.
3월 런던국제도서전 전후를 타겟팅하여 PFD의 전 세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소개를 준비했는데 바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큰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도서전 2주 전 즈음부터 독일 오퍼를 시작으로 하루 단위로 이탈리아, 프랑스 오퍼가 들어왔습니다. 유럽 오퍼를 처음 받아본 저로서는 ‘(동남아 시장과) 이렇게 차이가 크다고?’ 하고 놀랄 만한 오퍼들이 연이어 들어온 것입니다. 비딩으로 들어온 국가별 출판사들의 이력을 들여다보고 출판사 별로 제시한 조건을 비교하고, 얼마나 <편지 가게 글월>을 출판하고 싶은지에 대해 마음과 계획으로 어필한 레터들도 읽어보는 과정을 통해 ‘생각했던 것보다 <편지 가게 글월>이 더 가치 있는 작품이구나,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구나.’ 생각하며 자부심도 느끼고 작품을 더욱 공들여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책 인쇄에 들어갈 시점에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5개국이 확정되어 띠지에 문구를 아래처럼 넣었지만 그 이후 영국, 핀란드가 확정되었고 미국 오퍼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해외 수출 실적을 어필하는 것이 국내 판매에 있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 발표된 문체부의 2023 독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해가 갈수록 독서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독서를 가로막는 갖가지 요인들의 합공에 조금이나마 빈틈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보다 독서 문화가 발달한 유럽의 에디터들, 게다가 유서 깊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출판사들(핀란드 출판사는 무려 150년이 된 회사ㄷㄷ)로부터 인정받은 작품인 만큼 <편지 가게 글월>이 가진 진심이 독자 분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라고, 그럴 수 있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해 알려나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편지 가게 글월>이 차곡차곡 해외 수출 이력을 쌓아나가는 동안 <수상한 한의원>도 태국, 러시아, 대만 수출을 확정 지었고 영미, 유럽권에 본격적인 소개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입니다. <수상한 한의원>은 금주에 4쇄 제작에 들어갔고, 두 번째 품절 사태도 겪은 만큼 분명히 세계에 통하는 소설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미 2, 3편 기획에 들어간 상태이기도 하고요.
두 작품의 해외판이 출간되고 실적이 확인되는 해는 아마도 2026년이 될 것 같은데요,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버텨야 한다.‘가 요즘 제 마음의 핵심입니다.
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