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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기 Sep 09. 2019

고딕지구 산책 2 - 왕의 광장에 숨은 이야기들


왕에 광장에 관해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콜럼버스가 1493년 그의 첫 항해를 마치고 그의 후원자인 이사벨 여왕을 바로 이 광장에서 알현했다는 내용이다. 고딕지구를 소개해주였던 현지인은 왕의 광장에 대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1. 

페르난도 왕은 카탈루냐에 기반을 둔 아라곤 왕국의 왕이고, 이자벨 여왕은 이베리아 반도 중북부에 기반한 카스티야 왕국의 통치자로 그 둘의 결혼을 통해 마침내 스페인 왕국의 통일되고 대항해 시대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왕의 광장이라는 명칭대로 페르난도 왕은 이 광장의 계단에 서서 누군가를 알현하고 있었는데, 이 곳에서 왕을 시해하려는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온갖 취조 끝에 현장에서 붙잡힌 범인은 페르난도 왕을 죽이고 왕이 되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여기는 미친 사람이라는 사실이 온 왕국에 공표되었다. 암살 시도는 단독 소행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중대한 사건은 범인 한 사람을 처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기록에 그 범인이 미친 사람이 아니라는 정황들이 명백히 존재했고 조사관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몇 백 년 뒤에야 빛을 본 그러한 기록들로 인해 훗 날의 역사가들은 그 암살이 단독 소행이 아니었으며 다른 세력에 의해 사주된 것임을 알게 된다.


뒤얽힌 이해관계로 인해 당시에 은폐되었던 진실, 

그 시대가 드러낼 수 없던 진실은 결국 수 세기 뒤에 밝혀지게 되었다.


우리 역시 이 시대의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들을 마주한다. 케네디 암살이나 9.11 테러 같이 우리를 경악케 하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굵직한 사건들부터 매일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소소한 스캔들까지.


밝혀질 진실로 인해 권력자들의 이해관계나 기득권이 위협받지 않을 몇 세기 후에는 우리가 얻지 못한 이 모든 모호한 세계와 사건에 진실의 빛이 드리워질까?


출처: pixabay


#2.

가톨릭 군주로 불린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 중세 스페인에서는 교회의 권위가 막강했고, 교회의 법에 따른 종교재판소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종교재판소에 따른 수많은 처벌이 바로 이 광장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3.

성벽 한쪽에 있는 유리벽 안에는 사형 집행자가 살던 집의 터가 남아 있다.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자이기에, 불길한 사람으로 여겨 모두가 피하는 존재였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아무도 그와 벽을 맞대고 함께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그는 결국 성 안과 밖의 경계인 성벽에 붙은 집에서 살도록 되었다는 씁쓸한 이야기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산물인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권력관계에 의한 진실의 왜곡과 은폐,

그리고 종교재판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영혼들,



왕의 광장의 고즈넉함 뒤에는 권력에 의한, 그리고 권력을 위한 폭력의 역사가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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