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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기 Sep 10. 2019

엘보른 산책 -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

피땀 눈물이 서려있는 바르셀로나인들의 성당 


고딕지구에 위치한 숙소에서 길 하나를 건너 옆 동네를 갈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엘보른 지구의 얼굴,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이다. 


명동성당에서 결혼하고 싶어 하는 예비부부들이 너무 많아 추첨제로 그 행운의 주인공들이 가려진다던데, 이 곳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 역시 바르셀로나 현지인들이 결혼 장소로 선호하는 곳 1위라고 한다. 결혼식뿐 아니라 전문 음악회 또는 지역 공동체를 위한 콘서트 장소로도 사용되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사랑과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이지만 사실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의 벽돌 하나하나에는 말 그대로 바르셀로나 주민들의 땀과 눈물이 서려 있다. 


산타마리아 델 마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바다의 성모 마리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4세기, 바닷가에 인접한 엘보른에 살고 있던 어부들은 자신들이 바다로 나가기 전에 기도할 수 있는 성당이 지어지길 원했다고 한다. 어업으로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는 서민들은 아끼고 모은 돈을 흔쾌히 성당 건설 기금으로 내놓았고, 아무것도 낼 수 없던 자들은 직접 노동자로 나서 터를 닦고 벽돌을 나르며 건설에 동참했다. 


희망차게 시작된 성당 건축 프로젝트였지만 안타깝게도 성당이 건설되는 동안 대기근과 전염병이 돌아 지역 인구의 절 반이 죽는 비극이 닥쳤다고 한다. 이런 참혹한 현실이라면 신을 원망하고 부정했을 법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오히려 더 성당 건설에 헌신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성당의 문 위에 새겨진 노동자의 모습은 50km 멀리 떨어진 몬세라트부터 성당 건설에 사용될 돌을 힘겹게 날랐던 노동자들과 어부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찢기고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벽돌을 날랐을 그들, 불쑥불쑥 밀려오는 원망과 슬픔을 억제하고 신의 뜻을 헤아려 보려 수양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을 이들, 혹은 힘겨운 삶 끝에 만날 더 나은 세계를 염원하며 기도했을 신자들의 모습이 저기 새겨져 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에 비하면 수수한 모습이지만, 바르셀로나 현지인들은 조상들의 땀과 눈물, 염원이 서려있는 이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을 더 "자신들의"성당으로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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