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한다. 빨리 엘리베이터 메."
"너 그거 페이는 제대로 받고 하는 거야? 왜 맨날 남 좋은 일만 하니. 기능재부 좀 그만해"
내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 엉망진창인 문장들이 다시 내 귀를 통해 흘러 들어올 때면 민망함이 함께 몰려온다. 생각보다 말이 빨리 나가는 것뿐이라고, 하고 싶은 말이 하도 많아서 일단 단어를 내뱉고 생각하는 거라고 둘러댄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음 짓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을 지울 순 없다.
생각이 느린 건지 성격이 급한 건지. 어쩌면 둘 다 인지도 모르겠다. 내 입은 당최 생각이 정리되고 옳은 단어를 찾아 문장을 가다듬을 틈을 주질 않는다. 하루 종일 떠들지만, 그중에 그럴듯한 생각을 머금은 문장들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최근에 내가 하는 생각이라곤 업무에 관련된 것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떻게 놀지를 고민하는 것들, 지극히 피상적인 것들 뿐이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너무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했다간 쿨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의미를 찾지 않는 대화뿐인 일상 속에서 생각의 근육은 점점 퇴화하고 있다. 내가 내뱉는 엉터리 문장들처럼, 언젠가 나의 생각마저도 속 빈 강정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몇 년 꾸준히 운동하면서 알게 된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몸은 정직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꾸준히 근육에 자극을 주다 보면 잠들어 있던 구석구석의 신경들이 깨어난다. 구석구석에 자극이 전달되면서 우리의 몸이 단련되고 건강해진다. 반대로 몇 주를 꾸준히 운동하다가도 단 며칠을 쉬게 되면 몸은 금방 노화라는 강력한 중력에 굴복하고 만다. 한 주 이상 쉴 때는 말할 것도 없다. 거뜬하게 들던 무게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무릎 관절에 무리가 올 것만 같은 두려움이 금세 자리 잡는다. 근육을 단련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글 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다 보면 잠자고 있던 생각의 세포들이 깨어나고 있음을 서서히 느낄 수 있다. 뭉쳐져 있던 추상적인 생각이 정제되고, 정제된 생각은 다시 새로운 의미와 사고로 뻗어간다. 키보드를 두들기고 화면 속의 글자들이 쓰였다 지워졌다 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의 근육이 다시 운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기 위해, 생각의 근육이 나를 지탱해줄 수 있도록, 그리고 누구보다 건강하고 멋지게 자리 잡은 글쓰기 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이제 매일 운동하듯, 매일 글을 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