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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근애 Jan 08. 2024

갓난아기 엄마의 미라클 모닝

일어난 게 아니라 깬 것일 수도

우리 귀염둥이는 새벽 4,5시쯤 첫 수유를 한다. 백일의 기적이라면 기적이지만 6시나 7시쯤 깼으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을 내 본다.

그래도 예전처럼 새벽 1,2시에 깨지 않는 걸로 감사하기.. 마음먹어 본다.


사실 4,5시에 일어나면 하루가 좀 길다. 지난주까지는 첫째, 둘째가 동시 방학이어서 하루하루를 짧고 굵게 보내는 게 절실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첫째는 방과 후 수업으로, 둘째는 선교원으로 출타하셨다. 이제 다시 하루를 길고 알차게 보낼 기회가 찾아왔다.


어김없이 막둥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5시. 우리 막둥이 배꼽시계는 어김이 없다. 빠르게 그러나 충분히 수유를 한다. 그때 보이는 저 새벽달이 날 손짓하는 것 같다. 마침 밝고 환하게 비치는 초승달이 이 새벽, 나와 눈이 마주칠 게 뭐람. 감사하게도 막둥이는 수유 후 다시 딥슬립 중이다. 나는 도둑고양이처럼 침대를 기어 나온다. 문을 닫고 거실에 불을 켠다. 그리고 아까 잠시 만났던 초승달을 다시 찾아본다. 새벽에 만나는 달은 곱디곱다.


새벽에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러나 고요하게 그리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 벅찬 일이다.


자연스레 일기를 쓰고, 묵상을 하고, 기도를 끝낼 즈음.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딸이다. 이제는 엄마로, 아내로 돌아가는 시간. 오늘의 해가 힘차게 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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