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강릉 기차여행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여행을 떠났다. 이번에는 남편이 동행할 수 없어 첫째, 둘째를 나 혼자 데리고 가야 했다. 작년부터 강원도에 여행을 가 보는 게 버킷리스트였는데 마침 부산에서 강릉으로 3시간 50분에 가는 기차가 생겨 기차여행을 계획하게 됐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녘에 아이들과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부전역에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7시 50분에 도착하는 기차를 탔다. 아이들이 더 어릴 때 울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아이들은 힘들어했다. 아니나 다를까 2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주리를 틀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달콤한 공간이자 꿈같은 시간인데, 아직 아이들은 4시간을 꼬박 앉아있기에는 곤욕이었나 보다.
우여곡절 끝에 강릉에 도착했다. 서울 사람들이 부산에 오면 전부 바다만 있는 줄 안다고 하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부산 토박이인 나도 강원도에 가면 당연히 눈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눈은커녕 매서운 바닷바람에 호되게 당했다.
역 근처에 있는 강릉중앙시장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유명하다는 닭강정과 오징어순대를 샀다. 다른 건 몰라도 강릉에 왔으니 오죽헌은 가봐야 하지 않나. 시내버스를 타고 오죽헌에 갔다. 날씨도 추운 데다가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아이들은 오죽헌을 나서자마자 지쳤다. 엄마의 욕심에 하나라도 더 일러주고 싶은데 두 아이들은 넓은 오죽헌 광장을 뛰어다니기 바쁘다. 다행히 화폐전시관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이 있어 잠시 아이들의 시선을 돌렸다. 박물관 덕후인 나는 아이들은 잠시 로비에 앉혀놓고 오죽헌 바로 옆에 있는 강릉시립박물관도 둘러봤다. 강릉은 삼국시대 때 고구려일 거라고 생각했던 1인이라 신라시대였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책에서 배운 역사를 박물관에서 유물들을 통해 한번 더 익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숙소를 정동진으로 잡아서 6시쯤 오는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아이들은 숙소로 가자고 성화다. 어쩔 수 없이 겨우 3시였지만 정동진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버스의 마지막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일몰이 우리를 반겼다. 추위 때문에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친친 감아 우리의 모습은 볼품없었지만 동해의 일몰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여행의 고단함을 잠시라도 잊게 해 줬다.
기쁨도 잠시. 숙소까지 가는 길을 찾아보니 걸어서 20분 거리다. 정동진의 해 질 녘에는 택시도 없다. 신축숙소라 기대했는데 산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은 각자 배낭을 메고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등산을 했다. 시장에서 사 온 닭강정, 오징어순대 그리고 편의점에서 사 온 컵라면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너무 기대했던 탓인지 오징어순대는 우리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아이들은 영화 볼 생각에 들떴다. 후다닥 씻고 셋이서 침대에 누워 뒤늦게 "케데헌'을 봤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 첫날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