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강릉여행 2
숙소가 정동진이라 하는 수없이 정동진에 있는 여행지를 다니기로 했다. 정동진레일바이크, 하윌라파크 등을 둘러볼 계획을 부랴부랴 세웠다.
아이들과 숙소에서 바다로 내려가는데 다행히 날이 그리 춥진 않았다. 모래시계 공원을 지나 레일바이크로 향하던 중이었다. 아이들은 모래 안에 생긴 얼음덩어리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
다. 끝날 줄 모르던 놀이는 결국 큰아이가 파도에 바지와 신발이 홀딱 젖는 일로 끝이 났다.
이제 시작인데 화가 났다. 남편 없이 두 아이를 케어하는 게 이리 힘들 줄 몰랐다. 아이가 내 화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아이 딴엔 억울하기도 했을 거다. 아이 마음을 헤아려주기엔 내가 여유가 없었다. 당장 아이 발과 옷을 닦을 만한 수건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다. 화는 났지만 혹시나 젖은 발에 동상이라도 입을까 걱정이 되었다. 나는 하는 수없이 내 양말을 벗어 아이 발에 신겼다. 한결 낫다는 아이 말에 안도했다.
다시 바닷길을 걸었다. 레일바이크는 전동이었고 바로 옆 펼쳐지는 바다풍경이 매력적이었다. 이제는 신나는 일만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점심 메뉴 고르는 것부터 다시 갈등의 시작이었다. 겨우 세 명인데 통일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일정을 예정보다 일찍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미우니 고우니해도 아이들 문제를 의지할 건 남편이 최고다. 남편은 걱정 끝에 퇴근 후 정동진까지 왔다. 남편의 존재, 아빠의 존재 만으로 질서가 잡혔고 우리의 여행에 평화가 찾아왔다. 치킨으로 그날 밤은 불태웠다.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울진과 영덕을 들렀다. 피곤할 텐데 피곤한 내색 없이 운전해 주는 남편이 문득 듬직하게 느껴졌다. 울진 성류굴은 처음 가 봤는데 아이들도 우리도 정말 흥미로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뻗었다. 여행의 가장 큰 교훈은 집의 소중함이라던데. 나는 이번 여행에서 남편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 있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말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나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 갈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