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백삼홈 Mar 17. 2022

남편이 전해 준 봄

식물 살인마에게 매번 꽃을 선물하는 남자.

결혼 후 가장 많이 받은 선물은 꽃이다. 기념일은 물론이고, 남편은 자주 꽃을 선물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꽃인가?'라고 착각하며 12년째 살고 있다. 그 착각도 나쁘지 않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요즘 조금 예민한 거 같다며 아무 날도 아닌데 퇴근길에 프리지어 한 다발을 내게 안겼다.

'그렇지! 봄은 프리지어지!'


집안 가득 프리지어 향이다. 따듯한 햇살, 꽃향기가 우리 집에 봄을 가져다줬다. 안 그래도 좋아하는 봄을 더 간절히 기다리게 된다.  


몇 주전 반려식물을 들였다. 고백 하나를 하자면 나는 모두가 알고 있는 '식물 살인마'이다.

지인들이 식물 살인마가 된 이유를 프로파일링 해주었는데 결론은 너무 많은 관심 때문이라고 했다.

꽃과 식물에게 필요한  바람, 햇살, 물을 적당히 줘야하는데  매일 들여다보며 '괜찮나?  괜찮나? 온갖 관심을 두고 있으니, 과잉보호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듯 식물도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분석은 아주 완벽했다.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반려식물을 무척 들이고 싶어 했다. 사실 반려동물을 더 키우고 싶어 했지만 그건 아직 깜냥 부족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이야 뭐라도 키우길 좋아하니 그렇다 치고, 남편은 액자하나 걸지 않는 모던한 우리 집에 식물이 들어오면 조금 더 따뜻한 분위기가 날것이라고 적극 권했다. 큰 마음을 먹고 반려식물을 6그루를 데려왔다.

모든 일의 시작은 장비 발이니 화분을 샀으니 화분대가 필요했다. 남편은 이번 반려식물들을 잘 키우면 예쁜 화분대를 사주겠노라 약속했다. 급한 대로 장난감 방에 보드게임 보관용으로 뒀던 선반을 찾아 화분을 올려뒀다.처음에는 잘 키워서 예쁜 화분대와 가드닝 용품을 구입할 요량으로 잘 자라길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다. 나와달리 마음이 예쁜 아이들은 아침저녁으로 화분에게 사랑한다 말해주고, 잘 지냈냐고 말을 건넨다. 그 덕분인지 우리 집에 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어떤 화분들은 꽤 키가 커지고 건강히 잘 자라고 있다.

쑥쑥 자라는 식물을 보고 있자니 화분대에 초 관심을 두었던 마음이 조금 잊혀 간다. 우리 집에 온 식물들이 잘 자라서 우리 식구가 된 일에 식물들도 행복하길 바래졌다.

진작 들일걸.. 이것이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두가 떠난 이 공간에 살아 숨 쉬는 식물들과 꽃, 그리고 커피,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오늘따라 평온하고 감사하다.

한 가지 욕심을 더 부려본다면 부디 식물 살인마에서 교화가 잘되어 멋진 정원사가 되고 싶다.


몇 년째 코로나19로 계절이 바뀜도 잘 느끼치 못한 채 살아가는 일상이지만 이번 봄은 누구에게든 따듯하고, 조금은 행복한 봄이 되길 바라본다.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서서 가까이 다가온 봄을 느껴보자. 코 끝에서 느껴지는 프리지아향을 느껴보자.


봄. 봄. 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갑 티슈 때문에 응급실에 갈 줄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