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아이 보청기 처음 착용하러 가는 날
가을 가을 한날.
오늘은 보청기를 맞추고 처음 착용을 하러 가는 날이다.
보청기의 이름은 '얼굴이'이다. 소룡이가 지어준 네이밍이다. 보청기를 찾기 전에 집에서 보청기에 대한 좋은 점만 이야기 해주며 보청기의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보청기 이름을 지어볼까?"
"얼굴이가 좋겠어!"
작명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불러도 좋으니 "그렇게 할까?"
그래서 "보청기= 얼굴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얼굴이는 소룡이가 개미랑 이야기도 할 수 있게 작은 소리를 듣게 해 주는 친구야"
"소룡이가 이야기를 들을 때 얼굴이 가 알려주는 거래"
얼굴이와 친구가 되어가야 한다고 알아듣기 쉽게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일까? 얼굴이를 찾으러 가는 발걸음이 한껏 설레여 보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엄마 내 배에 화살표가 있어", "내 뱃속으로 가야 하나 봐", "하하하하"
언제나 즐거운 소룡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센터에 도착했다.
한번 더 청력검사를 하고 보청기 피팅을 했다. 보청기 피팅이란 착용하는 사람의 청력에 따라 보청기 소리의 크기, 주파수 등을 조절하는 작업을 말한다. 얼굴이 맞춘게 잘 나와서 소룡이 귀에도 쏙 잘 들어갔다.
착용하고 나서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어서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피팅을 마치고 얼굴이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작게 듣고 지내던 조용했던 세상이 새삼 시끄러워진 것 같았다.
"엄마~ 자동차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엄마 물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온통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찬 서울의 리얼 소음을 듣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집에 갈때 까지 놀이를 시작했다. 소룡이와 소리사냥에 나섰다.
"소룡아. 처음 듣는 소리나 크게 들리는 소리가 나면 이야기해줘 볼래?"
소룡이가 신이났다. "엄마~다다닥 소리가 들려"
"엄마 지하철에서 나오는 소리가 꼭 이모가 이야기하는 목소리 같아"
"엄마 목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려"
"와! 저런 소리가 나네"
소룡이가 소리 사냥꾼이 되었다. 서울 시내 온갖 소음을 샤낭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소룡아 얼굴이 안 불편해?"
"엄마 얼굴이가 있는지 몰랐어!, 그런데 엄마 조금 목소리를 작게 해 줘"
귀에 보청기가 있는지 몰랐다는 것에 한번 놀라고, 놀라운 적응력에 두 번 놀랐다.
아직은 소리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라 모든 소리가 크게 들린다고 들었다. 한 달 정도면 대부분 적응한다고 하니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기대를 해야겠다.
내일은 얼굴이와 함께 유치원에 간다. 샤넬백을 들고 유치원에 가는 소룡이가 기대가 되는 날이다.
아마도, 샤넬백 들고 유치원 가는 아이는 소룡이가 처음 아닐까!
분실될까 하는 걱정과 소룡이가 불편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저 멀리 날려 보내기로 했다.
소룡이와 얼굴이 가 좋은 단짝이 될 수 있게 언제나 응원해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