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평가를 받던 날

점수에 노예가 되지 않기

by 육백삼홈

"날씨가 쌀쌀하구만"

주머니에 손 넣고 좋아하는 전철타고 오늘은 언어평가를 가는 날이다. 평가에 대해 어떻게 쉽게 설명해 줄까 고민하다.

"소룡이가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선생님이 시험본데" 오빠가 영어학원에서 시험을 자주 보기 때문에 시험이뭔지 알고 있었다. 시험을 보고싶어 했어서 시험이라 말해주니 신이나 있었다. 시험 잘 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센터로 활기차게 걸어갔다.


지하철에서 그림도 그리고 안에서 나오는 안내방송 화면에 영혼을 팔며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지하철에서 내려 센터로 걸어가며 빼곡한 건물 사이에 구름이 예쁘게 바람에 흘러가고 마치 건물이 움직이는것 같다 이야기하며 한걸음 한걸음 씩씩하게 또 마음도 씩씩하게 걸었다.

도착해 치료사 선생님과 손을 잡고 검사실로 걸어가는 뒷모습에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왔지만 씩씩하자고 마음먹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를 달래고 또 달랬다.


기다리는 동안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다.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감정은 검사결과가 어떻든 지금까지 잘 웃고 성격좋은 아이로 성장해 주어 그저 고마운 감정이었다.


집에 혼자 두고온 열 살 오빠는 잘 있는지 궁금해졌다. 생각해보니 혼자 점심을 먹는게 처음이었다.

온라인 수업도 혼자 하고 도시락도 잘 까먹고, 오늘은 엄마의 외출로 일주일에 한번 한시간 하는 게임을 살짝 무한대로 즐기는 날이 되어 신나있을 우리 열살 아들은 얼마나 신이나 있을지 말이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우리가족 평가의 날이다. 조카가 한 명있는데 오늘 대학면접 1차 발표날이기도하다.

온 가족이 소룡이의 언어평가와 조카의 결과를 기다리는 두근두근 요즘 아이들말로 쫄리는 날이다.

두 녀석다 좋은 소식을 들고 나타나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고생했어" 따뜻한 말을 준비해 두어야 할 것 같은 날이었다. 평가라는 것은 점수를 피할 수 없고, 점수로 방향성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마음까지 점수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은 이 길이 갈 길이라 생각 되어지지만, 살짝만 고개를 돌려도 다른 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험한 길이라도 우리는 함께 할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평범한 일상이 매일 감사한 요즘이다.

오늘, 모두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에 감사하길 바라며.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물고기와 이야기하는 소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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