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아이 처음 언어 치료 받던 날
얼굴이(=보청기)를 착용한 지 6일째 되는 날이다.
듣지 못했던 소리, 작게 들렸던 소리가 잘 들리기 시작하니 소룡이가 얼굴이를 먼저 찾기 시작했다. 보통 적응하는데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잘 적응해 주고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미세먼지가 가득 한날의 연속이다. 주말에 소룡이와 가을의 다양한 소리 사냥을 떠나려고 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결국 집에서만 있어야 했다.
당분간 매 주 월요일은 언어치료를 다니기로 한 날.
유치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결석하기로 하고 처음으로 언어치료를 받으러 나섰다.
집 근처에는 치료받을 만한 곳이 없어서 보청기센터에서 함께 진행하는 수업을 받기로 했다. 익숙한 공간이기도 하고 선생님도 유치원 선생님들처럼 밝고 친절하니 소룡이가 좋아하는 눈치다.
1시 수업이라 점심을 근처에서 먹기로 하였다. 워낙 내가 길치인 탓에 어제 미리 점심 먹을 곳을 찾아 두었는데 코 앞에 두고 또 헤매기 시작했다. 길 찾아 헤매는 일에 너무 익숙해 진 나는 약속시간과 헤매는 시간까지 계산해 두고 외출을 한다. 그러면 약속 시간에도 늦지 않고 이런 곳에 이런 음식점이 있구나 하는 얻어걸린 정보도 생겨 길치도 그렇게 나쁘지 많은 않다.
겨우 찾아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소룡이가 그런다.
"엄마 여기 맛있는 곳인가 봐. 사람들이 정말 많네" 주변이 거의 회사다보니 점심시간에 사람이 많았다.
소룡이가 이런 표현을 하는 게 신기했다. 성격상 친구들 외에 가족끼리 맛집이라도 되도록 기다려먹지 않고, 사람 많은 음식점도 잘 안 가는 우리 가족에게 이런 표현이 새롭게 느껴졌다.
센터에 도착했다. 첫 시간이라 엄마와 함께 수업을 시작했다. 치료사 선생님과 간단한 면접을 하고 지난번 언어 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수용 어휘는 나이에 비해 1년 정도 늦었고, 표현 어휘는 나이에 비해 1년 정도 빨랐다. 난청 아이의 경우 표현 어휘가 낮은 편인데 소룡이는 그 부분이 좋아 언어치료가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다시 평가 때 잘 되지 않았던 발음들을 얼굴이를 착용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소리를 듣는 것 같다고 하셨다. 소룡이가 잘 안 되는 발음이 주로 'ㅅ'인데 연습을 통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며, 듣는 연습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할 거라는 계획도 이야기해 주셨다. 듣기 연습만 하는 거라 금방 좋아질 것이며, 수업도 두 세 달 안에 마치게 될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계획을 주셨다.
표현력이 좋고, 이해력이 높고, 눈치도 빠르니 그동안 잘 안 들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생활을 했었을 아이를 생각했다. 다시 되묻고 들으려고 노력하는 이 꼬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한편이 아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야무지도 똘똘한 소룡이로 자라주어 그저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언어치료는 시간당 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모든 치료가 그렇겠지만 기관에 따라 비용이 조금씩 다르긴 해도 소룡이처럼 바우처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40분당 5만 원 전 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소룡이 같은 경우는 주 1회이지만, 언어의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주 2회 4-5년씩 수업을 받는다고 치면 정말 금액이 큰 금액이다. 보청기도 수시로 작은 부품들을 바꿔주고, 5-6년 주기로 교체를 해줘야 하며 거기에 언어치료, 보청기 배터리(4-5일 정도 사용)까지 하면 많은 비용이 필요한 현실이다.
언어치료시간은 이야기 만들어 나누기, 보드게임, 숨은 그림 찾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치료사 선생님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발달장애아동 수업하면서 매일 수업계획을 짜고 평가서를 쓰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야근으로 프로그램 계획하고 평가하고, 새벽에는 대학원 과제와 논문에 하루에 3-4시간씩 자면서 공부하고 일했던 기억이 났다. 꽤나 치열한 삶을 살았던 나의 청춘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집에 돌아와서 많이 피곤했는지 평소와 달리 자꾸 울고 삐치고 겨우 달래 잠이 들었다. 아마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낯선 환경에서 소룡이도 많이 고단했나 보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힘든 일이다. 처음 만나는 환경,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해보는 수업, 그렇지만 지금까지 무슨 일이든 재미있고 흥미로워하며 잘 적응했던 소룡이에게 언어치료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
또한, 지금도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세상에 둘도 없이 예쁜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진심어린 화이팅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