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아이 집에서 듣기연습 하기
아이가 넘어져 아파하면 가방을 든 채 아이를 업고 집 가지 걸어오기도 했지요. 아이가 품에 안겨 잠이 들면 팔이 저려도 그 아이가 더 잘 자도록 참고 안아주기도 합니다. 아이가 울면 벌떡 일어나 젖을 물리거나 분유를 타고,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간호를 했지요. 예전의 우리라면 자신이 누군가의 필요에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며 반응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을까요?
우리는 아이를 키우며 종종 자신의 힘에 놀랍니다. 책임감이라 하기엔 너무 큰 이사랑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신기할 만큼 어느새 우리는 모성을 지닌 엄마가 되어 가지요. (엄마의 말하기 연습, 박재연, p17)
11월 중 가장 추운 날이었다. 소룡이의 공식적인 1회차 언어치료의 날이다. 요즘 사춘기 친구쯤 되는 아이가 제대로 온 우리 소룡이.
얼굴이(보청기)가 불편하다고 표현은 안 하는데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건가? 아님 드디어 온 것인가 7살- 일곱은 행운의 숫자니까 그래 조금만 참아보자 하지만 쉽지가 않다.
무슨 말만 하면 울고 삐치는 소룡이 행동에 온 가족은 적응이 안 되는 요즘이다.
오늘따라 매일 쓰던 마스크가 불편하다고 역으로 가는 내내 입이 삐죽 나와 있다. 센터에 가기 싫은 건 아니라고 하며 내 다리에 매달려서 지하철역까지 겨우 도착했다.
마침! 히든카드가 있었으니 소룡이의 최애 엘사 언니의 등장. 그동안 그림판을 가지고 다녔으니 새롭게 미니 스티커북을 준비했다. 지하철로 이동해야 해서 이런 아이템은 최고다. 겨우 엘사 미니 스티커북으로 달래노니 조금 풀어진 모양이다. 다음 주는 뭘 준비해야 하나 벌써 고민이다.
지난주 첫 만남 시간에 치료사선생님께서 'ㅅ'연습을 집에서 많이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소룡이가 하는 발음 중 '없었어', '그랬죠'의 '져'와 'ㅅ'이 들어간 발음 연습을 열심히 했다. 단어를 사용하다 소룡이 컨디션을 좋을 때만 교정을 해주었다. 그래서일까? 선생님께서 이번주에 'ㅅ'발음이 많이 잡혔고, 지난 주 보다 듣고 구분하는 것도 잘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소룡이가 혼자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 귀엽다. 혼자서 "없었어" 아니지 "없었서어~"라며 혼잣말을 하곤 했다.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이번 주 과제는 므/느/르, 마/라/나 듣기 연습이다. 므/르를 많이 혼동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집에서 열심히 연습하라고 하셨다. 사실 'ㅅ'은 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데 므/르, 마/나/라를 한글자로 자주 사용하지도 않고 조금 어려운 단어라 어떻게 연습을 시켜볼까 고민하다 전공실력을 발휘해보기로 했다. 사실 별거 아니다.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발달장애 청소년들 가르쳤던 추억을 되살려 집에 있는 교구를 활용해보기로했다.
간단히 소개를 해보면
단어 이어듣고 넣고 빼기: 유치원에서 활용하는 교구다. 숫자 1-10 순서 알기였는데 소룡이는 이미 다 알고 있어서 그냥 맨날 그림 맞추기만 한다. 그래서 그 위에 글씨를 붙였다. 내가 발음해주면 소룡이가 듣고 순서대로 놓아보고 빼는 방법이다.
하마 낱말카드 : 열 살이 친구 엄마가 주신 한글 낱말카드 놀이다. 하마 앞에 단어가 있는데 손가락을 넣었을 때 맞으면 하마가 웃고, 틀리면 하마가 운다. 소룡이가 이 카드놀이를 좋아하는데 한글을 금방 알게 되어서 활용을 많이 못했다. 그래서 카드 앞에 나와있는 단어 대신 구별하기 어려운 단어를 붙여서 활용해 보았다. 하마가 많이 웃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기록하기 : 매일 일지를 작성한다. 물론 아이는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룡이처럼 눈치가 빠르고, 틀리는 걸 싫어하는 아이들은 더욱 그러하다. 입모양을 봐서도 안되니 입모양과 동시에 종이를 가리면 잘 알아채지 못하는 눈치다.
최고 쿠폰 : 칭찬 표 많이 해봤으니 이번엔 쿠폰이다. 아무래도 아직 어리다 보니 보상이 필요할 것 같아 칭찬 쿠폰을 발행했다. 목표는 소룡이 스스로 정해보게 하였다. 좋아하는 놀이하기, 과자먹기, 한장 가득 도장을 받으면 좋아하는 장난감이라도 사준다고 했는데도 싫다고 한다. 고민고민하다 결국 "뽀뽀하기"로 결정했다.
유치원에서 돌아와서 만들어진 교구를 보고 빨리하자고 서두른다. 첫 시간인데 25분정도 듣기 연습을 했다. 10분 안에 끝낼생각이었는데 재미있다고 매일 하자고 하니 기특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ㅅ'연습때 처럼 그냥 시키는 것 보다 시간을 정해두고 잘되고 안되는 부분을 체크하면서 하니 소룡이의 부족한 부분을 금방 발견 할 수 있었다. 기록은 참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엄마표 듣기연습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기록'을 꼭 추천드리고 싶다.
그동안 소룡이가 작게 들렸거나 듣지 못했던 소리를 잘 찾아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소리들이 소룡이에게 기쁨으로 다가와 주면 좋겠다. 듣기 연습이 빠르기도하고 때론 더디기도 하겠지만 서두르지 않아야 겠다. 그저 세상의 소리들이 아직어린 소룡이게는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는 마음 뿐이다.